플러스알파 레터 9호 - 2023. 7.
기울어진 선과 슬라임 우주 : 감정을 그리다
- 그림 작가 이주미와의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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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특별한 손님을 만났습니다. 이주미 작가는 2013년 나미콩쿠르, 2014년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2015년 한국안데르센상 출판미술 부문, 2023 나미콩쿠르 퍼플아일랜드 부문에서 수상하고 창작 그림책 『아기가 왔다』, 『밥밥밥』, 『옳은손 길들이기』 등을 출간했으며 『에이아이 내니 영원한 내 친구』, 『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우리 주변의 인공 지능』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감정을 담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주미 작가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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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으며 가장 어울리는 그림을 떠올리다
플러스알파 반갑습니다, 이주미 작가님! 먼저 일러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이주미 작가 저는 원래 웹디자이너로 5년 넘게 일했어요. 이십대 후반 즈음에 일이 힘들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도 많던 시기라 이직을 결심하고 친구랑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거든요. 근데 그 친구가 여행 경비로 성형을 한 거예요.(웃음) 예상치 못하게 예산이 부족해져서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온 다음 회사를 6개월 정도만 쉬어야겠다 마음먹고 회사 근처에 있는 성인 대상 미술학원에 갔어요. 근데 거기가 마침 ‘꼭두 일러스트 학원’이었어요.
그렇게 우연히 그림책과 동화를 접하게 됐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이 훨씬 높은데다 너무 재밌고 다양하더라고요. 디자인적인 작품, 파인아트적인 작품부터 현대적인 것, 고전적인 것까지 모든 그림의 집합소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일러스트의 매력에 완전 빠져 버린 거죠.
플러스알파 거의 십 년 가까이 활동하셨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이주미 작가 확실히 달라졌죠. 왜냐하면 처음 일러스트를 시작했을 때는 계속 창작만 생각했거든요. 하루 종일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요.(웃음)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작업 스케줄 짜고, 마감할 거 하고, 원고 읽어서 의견 보내고 하면서 하루를 보내요. 작업 외에도 다양하게 처리할 일이 생기더라고요. 전에 작업했던 책인데 외국에서 출간된다거나 어디 선정됐다거나 해서 필요한 일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플러스알파 지금까지 작업하셨던 책들을 보면 동화나 그림책, 과학책, 생태나 환경에 관련된 책까지 다양하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특히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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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 제인』(신순재 글, 이주미 그림, 웅진주니어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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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미 작가 제가 요즘은 거의 아이패드나 컴퓨터로 그림 작업을 하는 편인데 『우리 할머니, 제인』(신순재 글, 웅진주니어 2022) 같은 경우 모든 그림을 연필로 직접 그렸어요. 굉장히 감성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렇게 연필로 가야지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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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서지연 글, 오늘책 2022)의 경우에는 제가 제안해서 일부 내용을 만화 형식으로 그리게 된 경우라 기억에 남아요. 이 부분은 그렇게 그려야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디자이너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했거든요. 글 원고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인물들을 다양한 인종과 외모로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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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서지연 글, 이주미 그림, 오늘책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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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 4-5쪽 원본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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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 타인의 글 작업에 딱 어울리는 그림을 구상하고 그린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주미 작가 맞아요. 원고마다 어울리는 그림이 다르니까요. 저는 원고를 접했을 때 그걸 제 식대로 해석하기보다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해요. 특히 이렇게 이야기가 있는 책들은 사실 글 작가님의 의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글을 쓰면서 글 작가님이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이야기 속 세계의 공간과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하거든요. 그래서 글 원고에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업을 할 때에는 원고를 거의 다섯 번 이상 정독하는 것 같아요. 읽고 또 읽으면서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고, 인물의 감정선을 읽어내고, 그걸 온전히 표현하는 게 그림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작품마다 다 다르게 다양한 작업을 시도할 수 있는 게 전직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웹디자이너에게는 무조건 클라이언트 마음에 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하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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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선과 슬라임 우주 : 감정을 그리다
플러스알파 때로는 글에 나타나 있지 않은 부분을 그림으로 그려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이주미 작가 그렇죠. 『에이아이 내니 영원한 내 친구』(박미정 글,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1) 같은 경우 제목만 봐도 인공지능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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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 내니 영원한 내 친구』(박미정 글, 이주미 그림,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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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감정’이었어요.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 별이에게는 부모가 없잖아요. 인공지능 보모 로봇인 ‘에이아이 내니’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별이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그림에서도 그 감정이 보였으면 좋겠다 싶어서 많이 고민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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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같은 경우 의도적으로 인물이 강조되도록 배치하고 뭔가 쏠리는 느낌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모습을 표현했어요. 선의 기울기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다 다르잖아요? 선이 비뚤어져 있으면 굉장히 불안한 느낌을 주거든요. 인물이 처해 있는 불안전한 상황을 감정적으로 드러내고 싶어서 이렇게 기울어진 선을 사용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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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장면인데요. 여기 유리창에 비친 인물 찬우는 자기 때문에 별이가 왕따를 당하게 된 걸 미안해하면서 울고 있어요. 글 원고에는 이 상황에서 주인공 별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나와 있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별이의 표정을 그려야 하니까 계속 상상했죠. 찬우는 울고 있지만 별이 입장에서는 아직 괜찮냐고 말할 만큼 감정이 올라온 상태가 아닐 것 같더라고요. 찬우보다 별이의 감정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예요. 창문에는 울고 있는 찬우의 모습이 비춰지고 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노란빛 모노톤으로 가자 이렇게요. 인물의 감정을 상상하고 그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무엇을 느낄까 고민하다 보니 떠오른 장면이었어요.
플러스알파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그림이란 걸 알고 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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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88-8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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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미 작가 『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서지연 글, 오늘책 2022)를 그릴 때도 감정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슬라임’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되게 쾌활하잖아요? 딱 거기에 맞췄어요. 그냥 쾌활하게 가자, 명랑 만화 같으면서도 알록달록하게. 그런 아이들 감정에 맞추자 그렇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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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104-10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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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데요. 자꾸만 몸집을 불려 가던 슬라임이 아이들을 삼키고, 부모들이 뛰어들어 아이들을 구하는데요. 슬라임 눈물을 감싸안은 부모들은 아이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화해하게 돼요. 그 장면이 마치 우주처럼 느껴져서 이렇게 펼침면으로 크게 그렸어요. 이 대목을 읽는 독자들에게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플러스알파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린다는 게 단순히 그림 실력만 좋아서 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야기를 해석하는 능력도 필요하고 그에 어울리는 상상력도 있어야 더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원래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거나 혹은 이야기를 향유했던 경험이 풍부하게 있었는지, 따로 공부를 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이주미 작가 전혀 아니에요. 전 사실 이야기라는 걸 쓸 줄도 몰랐고 책 읽는 것도 별로 안 좋아했어요. 지금 이게 많이 발전한 거예요.(웃음) 예를 들어 일 년에 한 열두 권 그린다고 치면 열두 권의 책을 완전 정독으로 읽는 거잖아요. 그렇게 한 십 년 읽고 또 읽고 계속 다시 보고 하면서 완전히 외울 정도로 원고를 읽으니까 저절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워낙 열심히 읽다 보니 제가 직접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좀 긴 글도 써 보고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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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을 할 땐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플러스알파 계속 그렇게 읽다 보면 스스로 창작하고 싶은 욕구도 생길 것 같아요.
이주미 작가 외주 작업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그림책 작가로서 내 이야기를 되게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생각하다가 하게 된 작품이 『옳은손 길들이기』(이주미 글·그림, 길벗어린이 2021)였어요. 그 책 출간할 때 제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이렇게 그리다니 미친 거 아냐?” 소리를 듣는 거였어요. 진짜로요.(웃음) 작가로서 너무 멋있다, 대단한 작품이다 이런 평가가 아니라 “미쳤냐? 이렇게 그리게?” 하는 소리를 너무 듣고 싶은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예술가로서 갖고 있는 어떤 욕망을 달래줄 수 있는 게 그런 말이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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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손 길들이기』(이주미 글·그림, 길벗어린이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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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 작가님 안의 어떤 결핍이나 갈증이 해소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주미 작가 네, 맞아요. 그림에 대한 애착이나 갈증이 미친년 소리를 들을 정도까지 쏟아내야 해소가 되더라고요. 제 안에 있는 예술가가 약간 또라이인가 봐요.(웃음) 이 책을 그리면서 그렇게 한 번 쏟아내고 나니까 좀 편안해지더라고요. 결국은 자기 창작을 해야 해결이 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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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 글 원고를 받아서 작업할 때와 직접 창작하는 그림책 작업을 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주미 작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타인의 글에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첫 번째 목표는 편집자 마음에 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글 작가님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예요. 저는 그림 작가로서 오히려 독자보다 글 작가님의 마음을 최대한 헤아리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다음이 제 만족이에요. 그렇지만 제 창작 그림책을 작업할 때는 완전히 달라요. 제 작업을 할 때는 첫 번째로 만족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 저도 아니고 독자도 아니고 동료 작가들이에요.
제 창작 그림책을 보고 다른 작가들이 “이 작가가 미쳤나?” 라고 해줬으면 좋겠어요. 독자들은 그럭저럭 재미있어 하는데 주변 작가들이 “왜 그림을 저렇게 그렸어?” 하면 너무 창피하잖아요. 결국 전문가들이나 예술가들이 인정한 책은 오래 가더라고요.
플러스알파 그러면 두 번째는요?
이주미 작가 두 번째는 저죠. 세 번째도 저, 네 번째도 저, 다섯 번째도 저예요.(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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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캐릭터를 그리다
플러스알파 작가님이 그린 캐릭터들을 보면 굉장히 다양하고 개성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림을 그릴 때 바로 상상해서 그리는 편인지, 자료를 찾아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인지 궁금해요.
이주미 작가 저는 영화나 드라마도 상당히 많이 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우리 주변의 인공 지능』(손종희 글, 현암주니어 2023) 작업할 때에는 영화〈빅버그 BigBug〉(2022)가 많은 참고가 됐어요. 2045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미래를 시각적으로 아주 잘 보여주거든요. 그런 영화 보면서 캐릭터 같은 것도 참고하고 느낌도 가져오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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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인공 지능』(손종희 글, 이주미 그림, 이주민 감수, 현암주니어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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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 작가님이 인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선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작년에 『에이아이 내니 영원한 내 친구』를 같이 읽으면서 여성인지 남성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중성적인 이미지로 ‘에이아이 내니’를 그린 일러스트를 보고 감탄했거든요. 고정관념을 탈피해 이렇게 그린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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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미 작가 저는 의도적으로 고정된 성 역할을 벗어난 캐릭터를 그리려고 지향하는 편이에요. 아이들 캐릭터를 그릴 때도 남자아이들은 머리카락을 파마머리나 단발로 그리고, 여자아이들은 오히려 와일드하게 옷을 입힌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이 작품의 경우에도 에이아이 내니를 꼭 여성으로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엄마 역할을 하는 여성이 아니라 그냥 부모로, 부모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생각하고 그렸어요. 제가 특별하다기보다는 요즘 시대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플러스알파 다른 작품에도 그런 생각이 반영되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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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미 작가 『아기가 왔다』(이주미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3)를 그릴 때도 이 장면에 다리가 없는 인물을 일부러 넣었어요. 트랜스젠더여서 수염도 있고 가슴도 있는 남자를 그리기도 했는데 그것까지는 반영하기가 힘들다고 해서 수정을 했고요. 치매 걸린 할머니를 넣기도 했는데 내용의 맥락에 맞지 않아 빼는 경우도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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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왔다』 (이주미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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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 그대로 반영되었어도 참 좋았을 것 같은데 너무 아쉽네요.
이주미 작가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대로 출간되면 전화가 엄청 온다는 거예요. 그림책이라 거의 유아들이 보기 때문에 부모들이 항의를 한다는 거죠. 다리가 없고 이런 건 괜찮은데 가슴 있는 남자는 곤란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렇지만 앞으로도 고정관념을 벗어나려는 그림은 계속 시도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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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 작가님의 초기작에는 손으로 직접 그리거나 콜라주 같은 기법을 활용한 그림도 많았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대부분 아이패드나 컴퓨터로 작업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주미 작가 솔직히 저는 요즘 손으로 그리는 게 저한테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시대적으로도 많은 것이 변했고요. 출간을 위해서는 원화를 스캔하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원화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기도 쉽지 않고 결국은 훼손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내가 그린 원화와 모니터에서 보이는 게 다를 때 그걸 일치시키기 위해 애쓰는 일에도 좀 지쳤고요.
또 요즘 독자들은 이미 디지털 기술로 완성된 매끄럽고 깔끔한 그림에 적응되어 있잖아요. 어릴 때부터 접하는 매체가 ‘핑크퐁’ 같은 애니메이션이니까요. 물론 내용에 따라 때로는 손 그림도 그릴 순 있지만 원화만을 고집하고 싶진 않아요.
플러스알파 최근 생성형 AI가 그리는 일러스트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잖아요. 그림 그리는 AI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주미 작가 인간이 이용만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죠. 가끔은 진짜 AI한테 시키고 싶어지는 작업도 있거든요. 모든 노동은 AI가 하고 저는 생각만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제가 체육 교과서 일러스트를 그린 적이 있는데 비슷하지만 다 다른 동작을 거의 이백 가지 넘게 그렸던 것 같아요. 이미 다 색칠하고 끝냈는데 할머니 머리를 바꿔 달라든지, 아버지 바지를 바꿔 달라든지 하는 식으로 끝없이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럴 땐 제가 기계가 된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부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최대한 활용한다면 인간을 도와주는 역할도 충분히 해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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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리는 작가로 살아가기 위하여
플러스알파 앞으로 출간 예정이거나 구상 중인 작품이 궁금해요.
이주미 작가 제 머릿속 장난 아니에요.(웃음) 창대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게 떠오르거든요. 출간 예정인 작품들도 여럿 있는데요. 5년 전쯤에 친한 편집자 분이랑 진행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그 분이랑 관계가 틀어진 거예요. 사실 저는 그 친구한테서 연락 안 오면 평생 그 책을 안 내려고 했거든요. 근데 최근에 화해하고 출간도 다시 진행하기로 했어요.(웃음) 5년 전에 그린 작품이라 수정이 좀 필요하지만 출간되면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아동 학대에 대한 작품도 하나 준비하고 있고, 호랑이를 주제로 한 책도 곧 출간 예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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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플러스알파가 준비한 책에 사인 중인 이주미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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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 마지막으로 글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주미 작가 저는 언제든지 열심히 읽고 그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재밌게만 써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바빠도 글 원고가 너무 재미있으면 읽는 동시에 장면이 딱딱 떠오르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건 내가 꼭 그려야 되겠다, 내가 그리면 너무 잘 그리겠다 싶은 마음이 들면 저는 편집자에게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보내요. 그런 작품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플러스알파 오늘 저희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도 멋진 작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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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미 작가의 창작 그림책
- 『아기가 왔다』 (이주미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3)
- 『밥밥밥』(이주미 글·그림, 올리 2023)
- 『옳은손 길들이기』(이주미 글·그림, 길벗어린이 2021)
- 『숲』(이주미 글·그림, 현북스 2016)
- 『네가 크면 말이야』(이주미 글·그림, 현북스 2015)
📚 이주미 작가의 최근 출간작
- 『빅뱅 : 우주의 비밀을 풀다』(박병철 글, 이주미 그림, 휴먼어린이 2023)
- 『비밀을 들어 주는 대나무 숲』(한영미 글, 이주미 그림, 키다리 2023)
- 『아직 끝이 아니다』(임지형 글, 이주미 그림, 김연경 감수, 가연 2023)
- 『우리 주변의 인공 지능』(손종희 글, 이주미 그림, 이주민 감수, 현암주니어 2023)
- 『베어북 : 사라져 가는 야생 곰 이야기』(김은영 글, 이주미 그림, 청어람아이 2022)
- 『우리 할머니, 제인』(신순재 글, 이주미 그림, 웅진주니어 2022)
- 『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서지연 글, 이주미 그림, 오늘책 2022)
- 『#미투, 그리고 나와 너』(헬리 본디 글, 이주미 그림, 김선희 옮김, 스푼북 2022)
- 『에이아이 내니 영원한 내 친구』(박미정 글, 이주미 그림,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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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무더위로 유난히 힘들었던 6, 7월에 읽은 책 중에서 눈여겨보았던 작품을 소개합니다.
지슬영의 『영원한 페이스메이커』(별숲)는 장편 어린이SF입니다. 자기가 모험해보고 싶은 공간을 브이알(VR)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작품의 브이알 사이클 대회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장애아도 NPC도 동등하게 하늘을 날고 정글을 헤치며 신나게 모험을 합니다. 그러다 그만 아나콘다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처합니다. 그들은 과연 무사히 대회를 치를 수 있을까요?
오서하의 장편 어린이SF 『사라진 학교』(그린애플)에서 ‘컴퍼스’ 회사는 쓰레기 매립지를 더 이상 찾기 어렵게 된 근미래에 4차원 쓰레기장 무저갱을 발명합니다. 그때는 공부도 비대면으로 하여 초등학교 건물이 쓰레기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학교 건물을 쓰레기장에 넣는 순간, 주인공 연우는 반려묘 키위를 쫓다 그만 4차원 쓰레기장에 갇힙니다. 그들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요? 멀쩡한 학교 건물을 쓰레기장에 통째로 버린다는 상상이 독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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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숙 작가의 동화 『내일 만나』 출간!
※ 미리 밝힙니다. 이 책은 SF가 아닙니다.
SF플러스알파 구성원 박용숙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어요.🎉🎉🎉
개학 전 날, 새로운 학교에서 만날 친구들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가득한 소희가 미리 가 본 학교에서 어떤 고양이가 말을 겁니다. 소희는 고양이를 도와주기로 하고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신기하고 특별한 동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의리를 외치는 낭만 토끼, 명상하는 달팽이, 우주 최강을 꿈꾸는 파리, 피아노 치는 생쥐를 통하여 소희는 무엇을 알게 될까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괜찮다고 용기를 주는 동화 『내일 만나』를 통해 우리도 서로 응원하며 힘을 얻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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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보슬비 SF의 밤' 예고🌻
두근두근!
'2023 보슬비 SF의 밤'이 2023년 10월 31일(화) 저녁 7시에 서울에서 열릴 예정입니다.(장소 추후 공지)
10월에 선정될 2023 보슬비 SF 추천작을 소개하고 축하하며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어린이청소년SF를 응원하는 멋진 분들과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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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연극 〈나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관람 후기
SF 연극 〈너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를 봤습니다.
지구가 온통 불바다가 되고 인간을 비롯한 각종 동식물이 한 종씩 올라탄 배가 세계 곳곳에서 출항합니다. 종착지에 모두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종 간 생존게임이 벌어집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 세계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등 소위 지력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이들이 각종 동식물과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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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 연극이 끝난 후 무대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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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말하면 지구 멸망을 다룬 스케일 큰 모험물 같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육탄전이 벌어지지도 않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뛰어나고 말장난도 심심찮게 있어서 양자역학이니 뭐니 하는 과학 이론이 막 나와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인간이라는 존재의 어리석음, 나약함, 그러나 그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연민이 극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지혜롭게 살기는 어렵겠지만 좀 덜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연극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멋진 SF 연극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Eomeombomi 인스타그램에서 발췌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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