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번호 '보글보글 SF'는 올해 'SF 어워드' 만화,웹툰 부문 대상 수상작인 웹툰 <후궁공략>을 통해 로맨스 판타지와 SF의 결합이 일으킨 파란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2024년을 맞이하며 플러스알파에서 보내는 송년 인사도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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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에 SF를 더하면?
1탄 ‘로맨스 판타지’의 게임화
최배은 (어린이청소년문학 연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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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빅 데이터들의 다양한 통계가 쏟아지고 있다. 그중 ‘챗GPT’, 영화 <오펜하이머>가 인기 검색어 5위 안에 들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피부로 느끼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니 올해 어린이청소년SF에서 인공지능과 양자역학이 많이 보인 일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 SF가 범람하고 있다. 소설, 영화, 동화, 연극, 시, 전시, 광고, 웹툰, 웹소설, 게임, TV 드라마, 그래픽 노블, 노래, 공연 연출 등 우리의 창조력은 SF적인 것과 쉽게 결합한다. 최근 어린이청소년문학에서도 역사, 판타지 등의 하위 장르물을 SF로 만들어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럴까? SF가 유행이니 당연한 일로 여겨질 수 있다. 몇 년 전, ‘허니버터칩’이 큰 인기를 끌었을 때, ‘허니버터 아파트’, ‘허니버터 고등어’ 등이 나온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SF가 별 인기를 끌지 못해서 오히려 SF임을 감추는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니, 일시적인 유행으로 치부하고 말 일은 아니다. 우선 ‘로맨스 판타지’의 게임화 효과를 살피며, 기술과학이 초래한 실감의 측면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웹툰 <후궁공략>에 대한 스포일러의 위험을 고려하며 썼지만, 그럴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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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에서 ‘로판’으로만 소개한 웹툰 <후궁공략>은 2023 SF어워드 대상 수상작이다. 그 제목, 이미지, 초반부 서사만 보면, 대개의 로맨스 판타지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3 여학생 이요나가 수능을 앞두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가상현실 게임인 <후궁공략>의 세계에 들어가 황제와 사랑에 빠지고, 황후 자리를 놓고 다른 황후들과 경쟁하는 이야기로 비친다. 하지만 주요 인물들에게 그 상황이 진짜가 아니라 게임일 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세계(異世界)의 고정성과 환상성이 깨진다. 주인공 이요나가 몸을 빌린 황귀비도 황후가 되기 위해 다른 후궁들과 경쟁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건이 벌어지는 태제국은 비현실적이지만 있을 것 같은 진실한 세계가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가짜 세계로 그려진다. 따라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이나 권력 다툼이 그 자체로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귀빈 리리는 고등학생 한상재의 아바타로 태제국의 가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남성 청소년 플레이어로서 여성 후궁의 캐릭터로 살아가기 때문에 실제와의 간극이 크다. 또 수시로 창이 뜨면서 다음 미션이 제시되는 장면도 이세계(異世界)가 가상현실임을 상기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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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로맨스 판타지를 게임화함으로써 기존 로맨스물의 관습을 해체시키는 효과가 있다. 로맨스물들은 대개 절대왕정 하의 가부장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여성 인물들이 주로 아버지나 남편의 권력에 기대 자기 욕망을 해소한다. <후궁공략>의 게임 속 태제국도 황제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의 목숨이 좌지우지되고 황제의 사랑을 받은 정도에 따라 후궁의 지위가 결정된다. 하지만 게임 상황에서 황제가 NPC이고 후궁이 플레이어라면, 그 갑을 관계는 역전된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이 서사를 보면, 아무리 귀빈 리리가 황제에게 굽실거려도 그것은 게임을 위한 연기일 뿐이다. 즉 ‘로맨스 판타지’를 게임화함으로써 이세계(異世界)는 인간들이 구성한 설정 값에 불과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역할 놀이화하여 진지함이 사라진다. 다시 말해, 이곳에서 일어나는 온갖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문제는 진실의 영역을 벗어나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 미션으로 전락한다. 로맨스 판타지와 게임에 익숙한 독자에게 이러한 설정은 매우 그럴듯하고 실감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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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후궁공략’은 양자 컴퓨터를 활용한 첨단 가상현실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이 실제로 착각할 만큼 게임 세계가 자연스럽고, NPC들도 모두 인간처럼 느끼고 판단할 줄 안다. NPC들은 스스로 인간이라고 믿고 있다. 게임 개발자에 따르면, 이러한 NPC와 게임을 만든 이유가 바로 인간이 가상 세계를 실제 세계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가상 세계에서 인간 이요나는 NPC 황제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게임을 개발한 회사는 가상 세계를 실제 세계처럼 존중하지 않는다. 회사는 가상 세계와 NPC들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 가상 세계를 실제 세계에 종속시킨다. 요나와 황제의 갈등은 바로 그 기술의 결과이자 한계에서 비롯한다. 즉 요나와 황제처럼 서로 기반한 세계가 다른 존재들이 죽을 때까지 함께 사랑할 세계가 없다. 이 작품의 후반부는 NPC 황제 초점에서 사건의 전말을 보여주며 비극성을 더하고, 가상 세계 및 NPC들을 가짜로 규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잔인한 지 느끼게 한다. 그리고 발상의 전환을 보이며 맺는데 스포일러의 위험이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썼다가 지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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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로맨스 판타지를 게임화하면서 생긴 효과 중 하나는 시간 교란의 합리화이다. 대개의 빙의물이나 환생물 같은 판타지는 시간 교란을 전제한다. 주로 현대의 성인들이 중세 시대에 태어나거나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므로 그들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시대와 연령을 앞서있다. 그러한 정보와 문화의 우위로 주인공들은 이세계(異世界)에서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 독자들은 이야기 관습과 규약으로 그러한 점을 수용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후궁공략>도 현대의 청소년들이 중세의 다른 사람 몸에서 깨어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후궁공략>은 게임이므로 그 경로를 알 수 있다. 또 게임이므로 최종 과업을 완수할 때까지 얼마든지 과거로 다시 갈 수 있으며, 횟수의 제한이 있지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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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로맨스 판타지에 SF가 결합하면서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가상과 실제를 인간중심적으로 위계화하던 감수성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드라마 <이어즈&이어즈>의 컴퓨터가 되고 싶은 여성 청소년처럼 포스트휴먼 시대에 인간들은 인간적인 것만을 동경하진 않을 것이다. 아직 인간이 되고 싶은 안드로이드 이야기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후궁공략>의 결말은 파격적이다. <후궁공략>을 재미있게 본 독자들은 게임 세계의 현실화를 꿈꾸며, NPC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다. 적어도 NPC 캐릭터에게 포탄을 쏘기 전 머믓거리게 될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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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다룬 작품들
∙ 카카오페이지 웹툰, <후궁공략>, 2020.8.28. - 2022.10.28.
∙ 사이먼 셀란 존스(제작), 리사 멀케이(연출), 러셀 T. 데이비스(극본), <이어즈&이어즈>, BBC ONE, 6부작, 2019.5.14.-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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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보슬비 SF를 위한 아카이빙을 시작하다
2023년 8월 1일부터 2024년 7월 31일까지 출간된 어린이청소년SF 목록을 모아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부지런히 읽고 토론하며 '2024 보슬비 SF'를 준비하겠습니다. 새롭게 만나게 될 어린이청소년SF가 무척 기대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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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어린이와문학》 겨울호에 실린 플러스알파 소식
계간 《어린이와문학》 겨울호에 〈어린이청소년SF의 ‘플러스알파’를 찾아서 - ‘2023 보슬비 SF’를 기록하다〉가 실렸습니다. 글의 전체적인 내용을 SF플러스알파가 논의하고, 각 장을 이퐁, 최배은, 송수연이 정리한 후 정재은이 취합하여 게재했어요. ‘2023 보슬비 SF’에 대해 정리한 글을 지면에서 보게 되니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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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려니 2023년이 벌써 지난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2023년 아르코 창작의 과정 사업에 선정되었던 일도, 신촌 히브루스라는 멋진 공간에서 ‘보슬비 SF의 밤’을 개최했던 일도 기쁜 순간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레터를 꾸준히 받아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내년에도 함께 건강하고 기쁜 삶을 만들어가기 바랍니다. - 배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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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년 토끼해를 보내며’ 라고 쓰인 뉴스레터를 받았다. 미래에서 온 메시지다! 계산에 따르면 20223년은 토끼해가 아니며 돼지해이어야 한다. 그런데 20223년이 토끼해라면, 지금부터 20223년 사이에 십이간지가 더 이상 ‘12’가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중에서 무언가가 멸종하고, 그렇게 멸종한 종이 12지에서 빠지는 걸까? 그래서 십이지가 아니라 십일지나 구지, 칠지가 되어버리는 걸까? 호랑이나 원숭이가 사라지거나,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없어지거나, 쥐나 뱀이 다른 행성으로 퇴출되거나…. 어쨌든 20223년에 토끼는 남아있을 테니 다행이다. 용은? 용은 상상 속 동물이지만 멸종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부디 토끼도 용도, 그리고 다른 동물들도 오래도록 살아남아 미래에서 온 메시지가 뻥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이상, 레터 편집중 등장했던 '20223년'이라는 오타 때문에 떠오른 내용입니다.) …… 2023년 토끼 님들 수고 많았어요, 용 님들 반갑습니다! - 재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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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다 갔다니...믿기지 않네요. 안팎으로 울고 웃는 많은 일 년 이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보슬비 SF의 밤>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반짝이는 눈들이 주는 희망, 사랑, 기대, 연대 같은 것들이 말라서 갈라진 마음에 촉촉하게 스며드는 밤이었습니다. 내년에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날 수 있기를!! SF와 어린이청소년문학이여 영원하라!! - 수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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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SF의 밤>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참석해 주신 분들과 준비에 고생 많으셨던 플러스알파 선생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내년에도 다들 건강하시고,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지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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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고생 많았습니다.마음도 몸도 아프지 말고 건강합시다~^^ 2024년엔 재미나고 신나는 일로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 용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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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저물고 있네요. 오늘밤은 마치 기적 같았던 '2023 보슬비 SF의 밤'의 여운을 음미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 2024년에는 한층 더 숙성되고 웅숭깊은 컨텐츠로 플러스알파 레터 구독자 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실 거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청룡의 해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 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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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이번 플러스알파 레터 어떠셨나요?
더 좋은 다음 호를 위해 피드백을 남겨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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