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송 안내] 지난 1월 30일, 편집 중인 플러스알파 레터가 발송되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본 레터로 재발송합니다. 구독자 분들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플러스알파 레터 27호 - 2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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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플러스알파레터는 사계절출판사 채널 주간 사사톡톡과 함께합니다. - 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 플러스알파(SF플러스알파)는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평론가, 연구자들이 어린이청소년SF를 함께 읽고 연구하는 모임입니다. 매달 어린이청소년SF 관련 소식을 전하는 이메일 뉴스레터 ‘플러스알파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사계절출판사의 ‘ 주간 사사톡톡’은 사계절출판사의 신간 소식과 이벤트, 그리고 짧은 콘텐츠들을 전하는 카카오톡 전용 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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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 플러스알파는 그동안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된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을 모두 읽고 눈에 띄는 작품과 어린이청소년SF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2024년 12월과 2025년 1월, 모두 2회에 걸쳐 진행되는 송년 + 신년특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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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와 함께 읽는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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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어린이청소년SF문학상인 한낙원과학소설상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11회의 공모가 진행되었고, 그동안 1회부터 10회까지의 수상작과 우수 응모작 및 수상작가 신작을 모은 9권의 작품집이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8회와 9회에는 수상작과 가작 등을 모아 한 권으로 출간했기 때문에 총 9권이 되었어요.) 여기에 수상작가 작품집인 『우주의 집』(2020)까지 포함하면 ‘한낙원과학소설상’ 이름으로 모두 10권의 어린이청소년SF 작품집이 출간된 셈입니다. 9권의 수상작 작품집에 실린 작품은 모두 54편(『우주의 집』까지 하면 59편)이며, 작품을 집필한 작가는 43명입니다. 수상작 외에 신작을 실은 작가들과 우수 응모작에 두 번씩 선정된 작가들(이새벽, 이필원, 허진희)이 있어서 작품 수보다 작가 수가 더 적어요. 이중에서 『하늘은 무섭지 않아』(2016)와 『고조를 찾아서』(2020)는 사계절 아동문고이고 나머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계절1318문고로 출간되었어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100세 이상까지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지요. 첫 수상 작품집인 『안녕, 베타』(2015)가 출간된 이후,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은 명실공히 어린이청소년SF 단편을 꾸준히 축적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플러스 알파는 모든 작품을 읽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중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를 골라 글을 썼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 1월호에선 세 편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퐁의 글은 SF 속에서 순응하지 않는 어린이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심지섭의 글은 로봇과 AI 이야기를, 송수연의 글은 다른 존재와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속으로 뛰어들어가 볼까요? |
하라는 대로 하지 않을 결심 #순응하지_않는_어린이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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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집, 학원으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정해진 규칙을 어기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환영받지 못한다. 규칙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당성을 질문하는 행위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문제 행동이나 치기 어린 반항쯤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그러나 SF에서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인물이 오히려 폐쇄된 사회의 균열을 초래하고,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고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여러 작품에서도 순응하지 않기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어린이청소년 인물을 만날 수 있다. 「하늘은 무섭지 않아」(고호관)는 지구와 달 거주민 사이에 벌어진 전쟁 이후, 우주 진출을 꿈꾸는 것조차 불법으로 규정되는 엄혹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진형과 재안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이 경찰에 잡혀갈 중범죄가 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로켓을 만들어 하늘로 쏘아올린다. 하늘은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무서운 곳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열린 문이라는 걸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염된 지상을 피해 건설된 지하 도시에서 태어나 인공 해가 전부인 줄 알던 「뚜껑 너머」(박효명)의 ‘나’는 어떨까.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냐. 뚜껑 너머를 찾아. 알았지?”(63면)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진 ‘Ж-3번’을 추적하던 ‘나’는 마침내 진짜 세계로 향하는 뚜껑을 열어젖힌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거나 조정해 주어진 상황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인물을 만날 수 있는 것도 SF의 묘미다. 「고조를 찾아서」(이지은)의 윤서는 학습용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난 수학여행에서 시간 여행의 규칙을 어기고 친일파 고조할아버지에게 전하는 쪽지를 시간의 틈에 밀어 넣는다. 수많은 우주선이 지구 환경의 회복을 기다리며 일제히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세 개의 시간」(윤여경)에서 어른들은 미성년 아이들의 생체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해 빨리 성장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러나 채아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성장보다 더 중요한 건 부모와 같은 속도로 살아가며 소통하는 것이다. 채아는 부작용과 처벌의 두려움을 감수하고도 ‘타임 리셋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실행시킨다. 정서적 유대감은 인간 사이에서만 축적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과도, 외계 행성에서 지구에 온 생명체와도 충분히 교감하고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안녕, 베타」(최영희)의 진아는 아빠가 시민 등급 테스트에만 전념하라며 주문해 준 대체 인간 ‘TXR0091-베타진아’가 단순한 로봇이 아닌 기억과 인격을 지닌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진아는 베타진아가 메가시티 경찰국의 드론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기꺼이 돕는다. 열네 살까지 자신을 돌봐주었던 돌봄 안드로이드 ‘도아 언니’를 잊지 못해 굵은 눈발을 뚫고 실버타운으로 향하는 「영의 자리」(이새벽)의 수아의 간절함도 애틋하다. 도아 언니는 겉모습만 그대로일 뿐 초기화되어 김미영 할머니를 돌보는 ‘은서’로 지내고 있지만 수아에게 그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일 뿐’이라는 어른들의 말과 달리 도아 언니를 향한 수아의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자란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이필원)의 윤재는 에셰르 행성에서 포획되어 지구에서 연구용으로 살다 탈출한 붉은날개사슴 ‘꾸꾸’를 몰래 돌본다. 꾸꾸와 함께한 시간은 가족처럼 아끼던 말 브라이트를 잃고 상심한 윤재가 치유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꾸꾸를 잡으러 온 연구소 직원들에게 당당히 맞서는 윤재의 행동은 중대한 변화의 시작이 된다. 통제와 규칙,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순응하지 않는 어린이청소년 인물은 이것 혹은 저것을 선택하는 양자택일의 차원을 넘어 제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규칙 너머를 상상하는 만만치 않은 인물이 어린이청소년SF에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_이퐁(동화작가) |
‘비인간’은 어린이청소년문학의 중요한 동반자다. 그들은 때로는 새와 고양이로, 때로는 햇살과 바람, 돌멩이로 아이들 곁에 함께 해왔다. 이제, 기술 발전에 따라 로봇은 어린이청소년문학의 단골 비인간으로 등장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사이보그 등 로봇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들은 인간과의 공통/차이점을 갖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하고 온전한 또 하나의 존재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인간과 로봇이 관계 맺는 양상들을 따라 읽다보면, 그들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그 혼란을 딛고 연결되는 관계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낙원과학소설상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에서 로봇은 주로 인간 아이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먼저 「안녕, 베타」, 「나의 메신저 버씨」, 「목요일엔 떡볶이를」, 「영의 자리」, 「마지막 히치하이커」, 「로봇 짝꿍」, 「로이 서비스」 는 인간과 청소년 외형의 로봇이 만나 관계 맺는다. 이들은 서로의 외형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본다. 예로 「안녕, 베타」는 인간과 거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외형의 안드로이드가 등장한다. 진아는 인공 지능, 인공 신경 체계, 단백질 폴리머로 인간과 닮았으면서도 다른 신체를 가진 베타의 존재를 고민하게 된다. 어린이청소년문학에서 로봇이 인간 아이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는 건 일견 새롭지 않다. 다만 로봇이 인간 외형으로 형상화되면 등장인물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앞선 작품들의 로봇은 청소년의 외형으로 등장하는데 이 외형 설정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친구 관계의 틀로 인식하도록 이끈다. 인간과 로봇이 친구로 관계 맺는 양상은 다양하다. 「안녕, 베타」는 또래, 심지어는 '나'와 닮은 ‘대체로봇의 역사’를 강조하고 관계 맺으며 서로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방식을 취하고, 「나의 메신저 버씨」는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또래 친구의 외형과 닮은 ‘메신저’, AI 휴머노이드 ‘버씨’의 욕망(인간과의 우정)으로 관계를 잇는다. 「목요일엔 떡볶이를」은 17세 여성청소년으로 설정된 돌봄 안드로이드 루빈이 주인공으로, 로봇이 작품의 화자다. 이 루빈은 문이소 작가의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는 따뜻하고 씩씩한 여성 청소년과 닮았지만 또한 로봇이라는 점에서 작품을 다채롭게 읽히게 한다. 「영의 자리」의 주인공 수아는 가사 도우미 로봇이면서도 실제 ‘언니’ 같이 느꼈던 안드로이드, 도아를 찾아 만난다. 도아는 기억이 초기화되어 수아를 잊지만 기억에 관한 인간과 로봇의 차이로는 수아의 넘치는 마음을 막을 수 없다. 「마지막 히치하이커」의 로봇 몰리오는 휴머노이드로 인간과 구분이 안 될 만큼 닮지는 않았지만,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을 흉내 내는 게 재수 없”다고 느끼게 하는 외형을 갖고 있다. 인간과 닮은 모습에서 관계를 형성하지만 그만큼 또 다르기에 미움 받는 존재. 몰리오는 닫힌 인간의 태도로 위기를 겪지만 마침내 보나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이 작품은 다양한 관계의 양상 속에서 선의를 바탕으로 한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주는 따뜻함을 밝은 분위기로 그린다. 「로봇 짝꿍」은 반대로 로봇이 인간을 구한다. 이 작품에서 로봇은 인간 대신 왕따를 당해주는 용도로 제작된다. 인간과 구분 안 되는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작품 후반부에는 로봇의 신체에서 나타나는 강인함에서 비롯된 영웅적인 행보가 강조된다. 다만 한편으로는 로봇의 훌륭함 이면에 비치는 왕따 당하는 아이, 준서의 마음을 담아내는 데 주목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로이 서비스」에서는 죽은 가족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음의 빈 자리를 채우고자 고인을 닮은 로봇을 대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인간의 상실감을 로봇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그려낸다. 「엄마는 차갑다」, 「로봇과 함께 춤을」은 로봇이 부모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앞선 작품들에서 로봇이 청소년의 외형으로 인간과 친구 관계를 맺는다면 「엄마는 차갑다」와 「로봇과 함께 춤을」은 성인을 로봇의 외형으로 설정하면서 인간 아이가 로봇 보호자들과 만났을 때 발생하는 감정들에 집중한다. 「엄마는 차갑다」에서 혜수는 인간과 다르게 부서져 내리는 엄마 역할의 로봇을 보며 섬뜩함을 느낀다. 「로봇과 함께 춤을」에는 인간인 춤꾼 아버지가 가정 형편의 문제로 점차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아이의 모습이 형상화된다. 친구-로봇이 상대적으로 로봇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면, 이 작품들은 기술과 로봇에 갖는 어떠한 공포들을 아이-부모 관계에서 섬뜩하게 형상화한다. 인간 엄마, 아빠는 무엇일까? 또 미래에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에 로봇이 놓인다면 어떤 관계가 형성될까. 그간 비인간의 대표 종이었던 반려 동물, 개도 SF에서 새로운 관계를 생성한다. 여기에는 ‘개’라는 종적 차이가 생성될 뿐 아니라 반려라는 독특한 지위도 로봇의 특성과 얽힌다. 「반달을 살아도」에는 끝까지 인간을 곁에서 지켜주려는 로봇이 반려 동물의 애틋한 마음을 지닌 반려견 로봇으로 형상화된다. 「슈퍼히어로 이녀석」은 다소 독특한데 유기물 신체와 기계의 결합체를 생성하며 인간과 기계, 개와 기계가 뒤섞인 사이보그 혼종들을 보여준다. 이 혼종성과 인물들이 지닌 상처를 공통점으로 포착해 서로 연결하는 힘이 흥미롭다. 「레트와 진」도 진짜 개와 로봇 개의 닮은 꼴로 인식에 혼선을 주는 방식으로 서술하며 종의 경계를 흐린다. 이외에도 로봇은 「마지막 차사와 혼」처럼 먼 미래에 600년 산 로봇의 시선으로 인간을 상대화할 수도 있고 「절대 정의 레이디 저스티스」에 나오는 정의로운 AI판사처럼 미래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항체의 딜레마」의 ‘A’처럼 인간의 필요로 만들어졌지만 인간과 똑닮은 외형을 지니고 인간처럼 의지를 가진 존재로 형상화된 로봇을 통해 존재적인 고민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로봇은 때로 인간의 모습을 낯설게 비추는 거울이 된다. 또한 고정된 관념이나 경계를 흐리거나 재배치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연결되는 방식을 다르게 상상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이 생성적인 관계들이 웅성대는 양상은 흥미롭고 또 중요한 지점이지만, 로봇과 인간의 관계가 섬세하게 고려되지 못할 때 ‘인간’,‘로봇’,‘엄마’,‘아빠’ 등이 전형적인 형상으로 반복되며 기존의 고정 관념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는 있겠다. 이 시대, 로봇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다. 단순 기술적 도구로 로봇을 대상화해 인간에게 종속하는 방식을 경계하면서, 다른 존재와 맺는 낯선 접촉들을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_심지섭(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
‘외계생명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UFO? 에일리언? 거짓말? 아마 듣는 사람의 경험치와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편차가 있겠죠. 그렇다면 사전은 외계생명체를 뭐라고 정의할까요? 위키백과는 “지구가 아닌 공간에 사는 생명을 지닌 존재”를 외계생명이라고 정의합니다. 외계생명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올랐다는 사실은 그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볼 근거가 되지 않을까요? 좀 더 사실에 근거하면 존재의 진위 여부를 떠나 외계생명체를 상상하고 그린 서사물은 상당히 많습니다. 소설이나 시, 동화는 말할 것 없고, 드라마나 영화, 연극 등 온갖 종류의 서사가 일찍부터 외계생명체를 그려왔습니다. 왜 인간은 외계생명체를 그릴까요? 「푸른 머리카락」(남유하)에는 자이밀 행성인이 나옵니다. 지구의 만성적 물부족 현상과 자이밀리언의 종족 번식이라는 과제는 두 행성인을 협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종종 그렇듯 자이밀리언은 손쉬운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지구인 입장에서 너무 다른 ‘이방인(stranger)’이기 때문입니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이필원)의 ‘꾸꾸’는 에셰르 행성 남반구의 붉은 날개 사슴입니다. 붉은 날개 사슴이 사람들에게 이름 없이 일련번호(W-30)로 불리는 점, 연구 목적에서 관상용, 관광용으로 바뀌는 지점은 이방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달의 정원」(윤여경) 속 은달 역시 ‘재수 없다’며 손가락질 받는 라트레트인입니다. 「호르헤 행성의 음모」(김미연)의 호르헤 행성인이나 「스테고사우르스병」(정교영)의 P종족은 정복자, 침략자로 그려집니다. 물론 이미 지구에 잠입(「호르헤 행성의 음모」), 혹은 이주(「스테고사우르스병」)해 있던 외계생명체는 자기 종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인과 협력합니다. 「잠수」(민경하)의 ‘녀석’은 구원자 혹은 조력자로 그려지고 「외계에서 온 박씨」(조윤영)의 ‘게코19’는 예비은하영웅으로 지구에 파견된 메다우스 별의 특파 대원입니다. 일종의 학습자인 셈이죠. 이야기 속 외계생명체는 인간에 준하는 외계인부터, 지구의 사슴 혹은 제비과 비슷한 동물에 준하는 생명체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지구인과 섞여 살기 위해 지구인 같은 외양을 하고 있지만 특정한 상황에서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하지요. 이토록 숱한 이야기 속 다양한 외계생명체는 ‘이방인’ 혹은 ‘손님’으로 그려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등어」(이필원) 속 외계생명체는 처음부터 ‘손님’으로 불립니다. 용인에 갑자기 나타난 UFO의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지구에 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숱한 전문가가 그야말로 용을 쓰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합니다. 출력값을 해석하지 못하니 입력(응답)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어쩌면 외계생명체는 ‘알 수 없음’, ‘모름’의 대표적인 기표인지도 모릅니다. 미지의 대상에게 인간이 갖는 두려움과 동경이 착종된 형태로 나타난 것이 외계생명체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외계생명체는 ‘타자’이자 궁극적으로 ‘나 자신’이기도 합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이가 나지만, 나를 가장 모르는 이 역시 나라는 아이러니. 확실히 설명할 수 없고, 수시로 달라지는 나의 모습은 매번 나를 곤경에 빠뜨립니다. 그렇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를 알기 위해 발견한 게 ‘타자’입니다. 우리는 나와 다른 타자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발명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과정에서 우리의 태도가 무시로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알 수 없지만 나보다 커 보이면 경외하고 숭배하는 타자가 나보다 작아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쩐지 그를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서슴없이 타자를 깔아뭉개기도 합니다.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수많은 서사는 그렇게 이중적인 우리의 모습, 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타자에 대해서 나아가 나 자신에 대해서 여전히, 어쩌면 끝까지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게, 아마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차별과 배제, 폭력이 시작되는 현실은 역으로 타자와 세계의 우연성에 관한 우리의 무지를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달의 정원」의 또 다른 라트레트인 정원이 음침한 은별과 달리 연예인으로 활동하며 어디서나 환영받는 빛나는 인물인 것처럼요. 이야기 속에서 은별과 정원은 차이가 없습니다. 그늘과 빛은 그저 우연일 뿐이지요. 이 모든 우연에 대해 은별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외계인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외계인이 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지구인들이 우리 행성에 오면 그들은 외계인일 뿐이다. -윤여경, 「달의 정원」, 『세 개의 시간』, 사계절, 2017. 44쪽. 우리의 위치는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커녕, 매우 가변적이죠. 은별의 말처럼 다른 행성에서는 지구인이 외계인입니다. 한국을 떠나면 바로 이방인이 되는 것처럼요. 그러니 우리는 우리에게 찾아온 손님에게 좀 더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의 예의와 선의가 돌고 돌아 나에게 나의 친구와 가족에게 돌아올 것이니까요. 나와 타자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고 세계, 나아가 우주와 그곳에 있는 알지 못하는 수많은 존재들에게 늘 겸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SF가 외계생명체를 그리는 이유이지 않을까요.
_송수연(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
📖 2025 플러스알파와 함께 읽는 어린이청소년SF 🎉 플러스알파는 2025년 특별기획으로 ‘플러스알파와 함께 읽는 어린이청소년SF’를 마련합니다. 어린이청소년SF에 대해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대화의 장을 열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번에는 청소년 SF 2권을 읽고자 합니다. 지정 도서 두 권을 읽어와 자유롭게 감상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함께 읽을 책과 행사 시간은 아래 내용과 같습니다. 2월 중에 플러스알파 레터 호외로 자세한 사항과 참여 신청 링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린이청소년SF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반기고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주제: 신체 확장, 포스트 휴먼 책: 『기억 삭제, 하시겠습니까?』 (남세오, 자음과모음) 『내가 아는 최다미』 (오동궁, 씨드북) 때: 2025. 3. 6. (목) 저녁 6시 반~8시 반 곳: 서울 숙명여대 근처(2월 확정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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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읽은 책 플러스알파는 2025 보슬비SF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2024년 8월 이후 출간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에 이어질 <이 달에 읽은 책>도 변함없이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달에는 12월, 1월에 읽은 책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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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완의 어린이 SF, 『아일랜드』(문지아이들)는 공항에서 일하는 인공지능 안내로봇 '유니온'의 이야기입니다. 유니온은 로봇이지만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생각하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어느날 탑승객인 영화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눈 유니온은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공항 탐색견인 '티미'와 미화원인 '안다'와 깊은 우정을 나누면서 존재에 대한 유니온의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유니온의 고민과 의문은 어떤 결말에 도달할까요? 존재와 정체성을 고민하는 로봇, 여러분은 유니온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설리의 어린이 SF, 『아가미 소년』 (이지북)에서 지구는 기후 위기로 물에 잠기고 사람들은 인공섬인 블루 패드와 펄 패드에 살고 있습니다. 아가미를 가지고 태어난 카이는 블루 패드에서 변종으로 취급받으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요. 어느 날 물속에서 펄 패드에 사는 매건을 만나고는 아가미로 숨을 쉬는 것이 물에 잠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임을 깨닫습니다. 거대한 태풍으로 바닷속이 뒤집히고 노란 드럼통이 나오면서 블루 패드와 펄 패드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카이는 어떤 결심을 하게 될까요?
어윤정의 『빅뱅 마켓: 외계인과 거래를 하시겠습니까』(우리학교)는 우주의 빅뱅 마켓에서 다양한 행성인들이 만나 벌어지는 어린이SF입니다. 빅뱅 마켓은 우주 택배원 심사에 도전하는 팟팟, 지구인 나별과 스멀린 행성인 재현의 오해, 택배를 결코 받지 않으려는 갈색털과 녹색털, 우주인에게 관찰 대상이 되는 관찰 키트, 위험한 불법거래 등 다채로운 상상력이 가득한 세계입니다. 빅뱅 마켓, 함께 가보실래요?
문이소의 「기간테스가 나타났다」는 『나를 초월한 기분』(낮은산)에 실린 청소년 단편입니다. 지구 곳곳에 아스팔트 도로를 뚫고 거대한 뿌리, ‘기간테스’가 나옵니다. 기간테스는 순식간에 건물, 자동차, 온갖 집기와 쓰레기를 진액으로 녹여 흡수하며 촉수로 이동하며 파괴합니다. 텃밭 가꾸기 동아리를 하는 은제, 보영 희준은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 오토바이 아저씨와 함께 기간테스를 피해 도망을 갑니다. 사방이 온통 기간테스로 막혀 꿈쩍도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은제와 친구들은 기간테스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송한별의 「별비가 내리는 날」은 『오늘은 오늘의 하루』(북다)에 실린 청소년 단편입니다. 기후 위기로 멸망 위기에 처했지만 플라스틱 등을 전면 생산하지 않고, 겨우 위기를 극복해 살아가는 미래의 여름날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의 큰 재난은 과거의 인류가 우주에 쏘아올려 수시로 떨어지는 인공위성, 곧 별비입니다. 별비 예보가 있던 날, 택배사에서 일하는 온비는 위기의 지구에서 태어난 어린이 신누아의 생일 선물을 배달합니다. 온비는 킥보드를 타고 하늘의 별비와 도로의 균열을 피해 무사히 선물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김두경의 『옷산 수색대』(비룡소)는 하이퍼루프 교통 수단과 메타버스 학교가 대중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어린이들의 모험 이야기입니다. 스케마 바이러스로 엄마를 잃은 지담은 메타버스 학교에만 겨우 출석하며 게임에만 열중합니다. '옷산 수색대'라는 게임은 지담을 실제 '옷산'이 있는 페누리아로 인도하지요. 패스트 패션 산업의 상징인 거대한 '옷산'과 수많은 사람들을 앗아간 스케마 바이러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요? |
어린이청소년SF매거진 <벙커 K> 3호 발간 소식
<벙커 K> 3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이번 테마는 '로봇은 우리의 친구일까?' 입니다. <벙커 K> 3호에서는 '2024 보슬비 SF의 밤 스케치'를 비롯하여 SF플러스알파가 참여한 코너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SF 로봇 여행> 친구가 되고 싶은 로봇을 골라 봐! _SF플러스알파 🔹 눈에 띄는 책> 요즘 SF _SF플러스알파
🔹 우주만담> 우주빌딩 _이퐁, 박용숙 🔹 SF 탐구생활> 인간 대신 로봇이 소설의 주인공이 될 때: 《아이, 로봇》 _일심이채 (심지섭,이채린,김채연) 🔹 SF 정거장> 로봇은 깡통인가? _정재은 🔹 SF 행사> 당신의 이름은: 2024 보슬비 SF의 밤 스케치 _SF플러스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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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 편집과 발송 | 최배은 일러스트 | 박용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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