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이번 달부터 '2023 보슬비 SF'를 위한 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2023 보슬비 SF'는 2022년 8월 1일부터 2023년 7월 31일까지 출간된 어린이청소년SF를 대상으로 하기에 8월 출간작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부쩍 추워진 겨울날에 무더웠던 여름의 책을 읽으니 청량한 여름 공기가 새삼 그리워지더군요.
2022년 8월 출간작을 나눠 읽고, 다같이 읽고 논의해 보고 싶은 작품을 조심스레 골라 보았습니다. 아마 이 과정은 2023 보슬비 SF 추천작이 결정될 때까지 끊임없이 계속될 거예요. 왠지 모르게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작품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전건우)에는 소행성 '마침표'와의 충돌로 지구 멸망이 당장 내일로 다가온 시점에 막내 지유의 생일 축하를 위해 '초코파이'를 찾아다니는 삼 남매가 등장합니다. 다가오는 소행성 때문에 미쳐 버린 어른 '블러드 아이'에게서 삼 남매를 구해주는 건 누구일까요? 서로 꼭 껴안은 채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하는 세 아이의 사연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작품입니다.
불을 지피는 악마들(최영희)에 그려진 종말의 세계는 사뭇 색다릅니다. 변종 메뚜기의 출몰로 지상은 폐허가 되고, 사람들은 지하도시로 도망친 지 오래거든요. 지하도시 사람들은 메뚜기 알을 태우며 살아가는 지상의 사람들을 '우코바크(불을 지피는 악마라는 뜻)'라 부르며 적대합니다. 지상의 아이 라다케와 지하도시의 굴뚝 청소부 토니의 만남은 어떤 변화를 초래할까요. 두 작품 모두 『종말의 아이들』(소원나무)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안녕히 오세요(이필원)는 『지우개 좀 빌려줘』(사계절)에 수록된 청소년 SF입니다. 지구인들은 외계행성에서 날아온 유성 '쑥'에 들어 있는 완벽한 동면 기술과 우주선 설계도를 의심 없이 받아들여 자신들을 초대한 행성으로 찾아갑니다. 꽤나 '촉'이 좋은 편인 주인공 '나'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우주선 초대권을 반납해 버리죠. 지구가 텅텅 비어 버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우주선을 타고 떠나 버린 어느 날, 외계행성인들이 지구인들을 초대한 진짜 이유가 밝혀집니다. 경악할 만한 그 이유는 과연 뭘까요?
여름, 우리가 주머니에 넣어 온 것들(이주혜)은 『첫사랑 49.5℃』(창비교육)에 수록된 청소년 SF입니다. 이상 기후로 고통 받던 지구는 초대형 화산 폭발이 일어난 ‘거울의 날’ 이후 물에 잠기고 대기가 흐려져 소수의 인간만이 겨우 살아남아 고지대의 돔 시티에 거주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미래는 결정된 듯 보이는 정적인 세계죠. 같은 '플로'에게서 같은 체세포로 복제되어 태어난 소래와 아루는 '여름 책'에서 지금은 사라진 단어들을 찾아내는 놀이를 즐깁니다. 아루를 위해서라도 돔 시티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하는 소래의 바람은 이루어질까요?
💌 플러스알파 소식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참가
1월 13~14일, 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www.childlit.or.kr) 국제학술대회 '대전환의 시대, 아동청소년문학의 과제와 전망'이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저희도 공동연구자로 참가해 「AI 시대 아동청소년SF의 포스트휴먼 연구 – 로봇 캐릭터를 중심으로 -」를 발표했습니다. 무엇보다 2022 보슬비 SF를 위해 함께 읽었던 작품들을 통해 '포스트휴먼'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송수연 평론집 <우리에게 우주가 필요한 이유>(문학동네) 출간!
우리 모임의 송수연 평론가가 드디어 첫 평론집을 출간했습니다! 🎉🎉🎉
<우리에게 우주가 필요한 이유>라는 근사한 제목도,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는 듯한 표지 그림도 정말 멋져요.
'아동문학과 소수자 재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다양한 장르의 아동청소년문학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꿰뚫어 본 재미난 글이 풍성한 선물처럼 실려 있답니다. 나의 우주와 너의 우주가 만나는 지점에 대해, 우리에게 우주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밤새 수다 떨고 싶어지는 평론집입니다.
SF플러스알파에 기쁜 일이 생겼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년 창작의과정 #문학' 사업에 저희가 지원한 '2023 보슬비 SF 선정 사업 - 한국 어린이청소년SF 최근작 연구 조사 및 우수작 비평'이 선정되었어요. 올해 보슬비 SF 사업은 좀 더 넉넉한 예산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국내외 어린이청소년SF 소식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발표
故 한낙원 작가님의 뜻을 이어받아 매해 신인 작가의 아동청소년SF를 심사하는 한낙원과학소설상 제9회 수상작이 발표되었습니다. 채은랑 작가의 수상작 「사라지지 않아」는 계간 《어린이와 문학》 2022년 겨울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심사를 맡은 김경연·박상준 선생님은 "가상 공간의 캐릭터들 묘사는 꼼꼼함이 돋보였다" "전반적으로 흡인력이 있는 작품" "이야기의 생기가 충만한 편"이라고 평했습니다. 새로운 어린이청소년SF 작가의 출현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수상작과 본심작을 단행본으로 만날 날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