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알파 레터 32호 -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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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플러스알파와 함께 읽는
어린이‧청소년 SF
-- 두 번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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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화요일 저녁 6시 30분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어린이책 편집자, 어린이‧청소년 과학도서 작가,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가, SF 플러스알파 구성원들이 모여 어린이 SF를 함께 읽었습니다. 보슬비SF 추천도서인 『다락방 외계인』(이귤희, 해와나무)과 『우주 학교』(김동식, 우리학교)를 읽고, ‘다양성, 공존, 타자’라는 주제로 창작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루 일을 마감할 시간에 각자의 삶터에서 달려와 샌드위치와 주스로 허기를 달래며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예정된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그날의 대화를 스케치하여 구독자 여러분과도 어린이SF를 함께 읽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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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각기 별명을 만들어 대화하였고, 유식퐁님과 뚜다님이 사회를 보았습니다. 두 작품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주로 어린이문학에서 캐릭터의 재현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좋았던 점
『다락방 외계인』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캐릭터는 치르님이었습니다.
꾸드방: 치르님은 분홍색 소시지 모양으로, 크기도 작은데 허세를 부려요. 위악을 떨지 않아 서 좋았어요.
푸풋: 치르는 츤데레 같아요. 노아가 어린이지만, 치르가 더 진짜 어린이 같았어요.
유식퐁: 치르님의 “지구족도 우리한테는 외계인인 걸”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다음으로 구름 같이 푸근한 푸푸가 좋다는 의견이 많았고. 무엇이든 잘 고치는 라이들, 치르에게 휩쓸리지 않는 노아가 좋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다락방 외계인』과 『우주 학교』에서 진지한 주제를 어린이 감수성에 맞게 재미있게 전달한 점을 모두 놀라워했습니다.
노아: 『다락방 외계인』에서 다락방에 외부인이 오는 설정이 좋았어요. 여기가 우주 정거장이고, 이 우주 정거장은 몇 년에 한 번씩 지나간다는 설정도 재미있었어요.
라이들: 『다락방 외계인』에서 노아가 처음에 치르, 쿠퍼들이랑 나눠 먹는 데 불만을 품다가 외계인들도 자기 역할을 하며 차차 동반자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어요.
푹푹: 돈 버는 생계형 외계인이 재미있었어요.
라이들: 『우주 학교』를 읽을 때, 처음에는 몰입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차별이나 타자에 대한 거부감 같은 주제를 게임 같은 설정으로 풀어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뚜다: 맞아요. 『우주 학교』는 『다락방 외계인』과 달리, 선생님이나 어른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고, 어떠한 규칙이 있지요. 장별로 문제 상황을 주고 그 해결 과정이 서사를 구성하죠.
꾸드방: 『우주 학교』는 서로 다른 종족을 만날 때 자기 종족의 모습과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죠. 처음에는 왜 이렇게 차이를 지우는지 의아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문화적 차이, 편견의 문제를 제기해서 좋았어요. 가령, 동물학대로 오인되었던 꾸드방 놀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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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던 점
주로 캐릭터 역할이나 재현의 측면에서 어려운 점들을 공감하며 아쉬운 점들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캐릭터의 특징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다락방 외계인』에서 치르가 『오이대왕』(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사계절)의 오이대왕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점, 『우주 학교』의 캐릭터들이 심리 묘사보다 행동 묘사 중심이라서 갖게 되는 장단점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다락방 외계인』의 삼촌 캐릭터를 중심으로 어른 인물의 재현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였습니다.
푹푹: 어른에 대한 정형화된 묘사가 아쉬웠어요. 특히 삼촌이 초반에 악역인데 대머리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니 이렇게 생긴 사람은 성격도 나쁠 것이라는 편견을 줄 것 같아요.
유식퐁: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어떤 인물을 뚱뚱하고 탐욕스럽다고 표현했다가 뚱뚱함과 탐욕스러움을 연결시킬까봐 뚱뚱함을 지웠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푹푹: 아이들한테 어른의 사정을 너무 이해시키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푸푸: 『다락방 외계인』에선 삼촌을 이해시키려는 의도보다 권력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아요.
뚜다: 나쁜 어른을 어떻게 그릴 것이냐가 작가들에게 늘 고민스러운 것 같아요. 여기선 초반 에 삼촌이 빌런이었다가 달라지죠. 전 삼촌의 성장 서사로 읽으면서 그의 모습들이 납득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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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야기를 마치고, 기억에 남는 어린이 SF를 서로 떠올려 보았습니다. 돌아보면, 보슬비 SF의 밤을 시작한 2022년부터 해가 갈수록 외계인이 등장하는 어린이청소년SF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중 1/3 이상은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지구인들과 어떻게 뒤섞여 사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최근에 외계인은 다양성과 공존, 타자와의 삶을 말할 때 사랑받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릴레이 동시 짓기를 하였습니다. 외계어 같은 결과물에 함께 웃으며, 말뜻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할 수 있음을 체험하였습니다.
함께 쓴 동시
푸푸는 줄줄 눈물 흘리는 모습인데 꾸안꾸에 꾸러기였어요.
푸들이 ‘풋’하고 웃었어요.
오늘 네 말들은 내 마음을 푹푹 찔렀어.
라이들은 눈앞에 망가진 것을 두고 보지 못해, 그건 본능이야.
악어는 콧김을 풍풍 내뿜었다.
나는 뚜다를 꼬옥 안았어.
그날 저녁, 유식퐁은 정든 지구를 떠났다.
어른이 된 노아는 외계인 친구들을 만나러 떠났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린이청소년SF를 함께 읽는 자리가 색다른 모험과 만남의 즐거움을 드렸기 바랍니다.
정리 - 최배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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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멋진 선생님들과 함께한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했습니다.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제 생각을 좀 더 유연하고 넓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음이 감사했습니다.
제게 SF는 범접할 수 없는 장르라 생각했는데 ‘보슬비SF의 밤’을 통해 시선의 변화를 배우고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랍니다. 앞으로도 여력이 되면 참여하고 싶은 소중한 공동체!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다음에 또 봬요^^
2025.7.4. 푹푹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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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너머, 감각으로 만나는 세계
-‘BIFAN+비욘드 리얼리티2025’를 관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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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부천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한두 편이라도 챙겨 보는 부천 시민으로서, 올해는 색다른 체험을 했다. 부천영화제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BIFAN+ 비욘드 리얼리티 2025’를 관람한 것이다. 소개글(https://plus.bifan.kr/program/beyond_01.asp)에 따르면 비욘드 리얼리티의 상영작들은 ‘XR과 AI를 매개로, 감각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들이며 관객들은 ‘작품의 리듬을 바꾸고, 내러티브를 생성하며, 체험을 완성하는 공동 창작자로 참여’할 수 있다. 여기서 ‘XR’은 확장현실(eXtended Reality)의 줄임말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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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BIFAN+ 비욘드 리얼리티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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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BIFAN+ 비욘드 리얼리티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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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BIFAN+ 비욘드 리얼리티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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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사실 초반에는 싱크가 맞지 않아 소리만 들릴 뿐 영상이 보이지 않았다. “행성을 돌리고 계신가요?”라는 스태프의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하자 스태프가 놀라며 다시 조작해 주었고, 잠시 후 놀라온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작디작은 소행성이 떠 있었다. ‘오토’라는 남자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관객이 엄지와 검지를 붙여 잡아끌듯 움직이면 오토의 행성을 이리저리 ‘돌리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오토의 행성에 불시착한 남자가 뭘 하고 있는지 보고 있다가, 오토가 궁금해지면 행성을 돌려 그쪽으로 가보는 식이었다. ‘와, 이런 것도 가능해졌다고?’ 할 정도로 신기한 체험이었다.
일정 때문에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하지 못해 아쉬웠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니 더 많은 관객들이 저마다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혹은 미소 지으며 현실 너머의 세계에 접속 중이었다. 처음엔 생경한 풍경이었지만 더 이상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기 시작하면 처음과는 같을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비욘드 리얼리티는 매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올해 11월에는 주한프랑스대사관과 공동 주최로 ‘디지털 노벰버 2025’도 개최 예정이라고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참여해 보길 권한다.
디지털 노벰버 2025
https://plus.bifan.kr/program/digital_november_sub.asp
이퐁 (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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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데라 외계인의 침공』(남유하, 해와나무)은 어느날 학교에 젤리곰 모양의 외계인들이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데라데라’라는 말만 외치는 이 외계인들은 우주 쓰레기를 보내는 지구인에게 복수하러 온 거라는데, 선생님과 친구들까지 젤리로 변해 버리는 상황에서 하리와 미로는 모두를 지킬 수 있을까요? 유쾌함 속에서 ‘공존’을 생각하게 하는 저학년 SF입니다.
『나비 엔딩』(이윤주,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은 휴머노이드 ‘벗’이 보급된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동화입니다. 감정이 생기거나 명령을 거부하는 이상한 ‘벗’인 ‘나비’들이 생겨나자 그들을 없애는 ‘나비 엔딩’ 작전이 실시되는데요, 이 작전을 수행하며 나비의 이야기를 듣는 ‘스토리텔러’ 반디와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나비를 파괴하는 ‘바이올린맨’ 은도의 관점에서 인간과 벗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빛나는 샤인』(지슬영,푸른숲주니어)은 모종의 사건으로 투명인간 취급받던 빛나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장편 동화입니다. 현실에서 외로워하던 빛나는 메타월드 마고에서만은 반짝이는 '샤인'이 되어 행복을 느낍니다. 어느 날, 빛나는 마고에서 열린 음악 오디션에 참가하게 됩니다. 꿈과 우정, 성장의 이야기가 메타월드 음악 오디션 현장에서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창밖의 기린』(김유경, 위즈덤하우스)에서 사람들은 영생을 얻고자 인공 지능 에모스가 만든 가상 세계 '리버뷰'로 떠납니다. 그런데 재이는 모종의 이유로 가족과 함께 떠나지 못하고 혼자 남게 되는데요. 어느 날, 커다란 기린이 특수한 능력을 가진 재이를 찾아와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물과 인간, 기술 사이에 얽힌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용기를 내는 재이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편 동화입니다.
『우주의 별일』(이지아, 미래인)은 태양계의 행성과 행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SF입니다. 파워블로거 로트해트와 우주선 청소부 기요메는 우연히 봉봉 스튜디오(화성 인공위성에 있는 테마파크)행 여객선에서 마주칩니다. 테마파크에서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본 두 사람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고리로 연결됩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인물을 어디로 데리고 갈까요?
청소년 SF 『일억 번째 여름』(청예, 창비)에서 까만 털의 두두족과 다채로운 털의 미미족으로 이루어진 행성은 끝없이 되풀이되는 여름으로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미미족 족장, 주홍은 고대 선조들이 남긴 궁극의 원천을 찾기 위해 고대어를 읽는 이록의 발이 되어 난관을 헤쳐 나가려고 노력하지요. 선조들이 남긴 궁극의 원천은 무엇이며, 일억 번째 맞이하는 여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청소년 SF 『너의 초록에 닿으면』(배미주, 창비)은 지구가 망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하(시타델)에서 살아가는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시타델에서 아마존 게임을 만든 이경과 지상 개척대원이자 강화인인 라르스는 첫 만남부터 서로 강렬하게 끌리지만 헤어지게 됩니다. 이경과 라르스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또 지상은 다시 삶터로 개척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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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스알파 소식
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플러스알파 X 강남구 역삼도서관의 두 번째 협업
SF플러스알파와 역삼도서관의 협업으로 어린이 대상 SF창작교실을 열게 되었습니다. 강의는 심지섭 평론가가 담당하게 되었어요. 아이들과 SF 동화를 쓰며 재밌게 놀아보겠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SF플러스알파와 강남구 역삼도서관의 협업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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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어린이청소년SF 소식
『영원한 페이스메이커』 제15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
2023 보슬비 SF 추천작인 『영원한 페이스메이커』가 제15회 창원아동문학상 동화·그림책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지슬영 작가의 『영원한 페이스메이커』는 메타버스 안에서 VR 사이클 대회에 나간 아이들이 용기와 자신감을 얻으며 편견 없이 우정을 나누는 SF 동화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어린이청소년SF가 주목받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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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 편집과 발송 | 최배은(어린이청소년문학연구자)
알파툰과 일러스트 | 박용숙(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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