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에스에프
2005년의 어린이청소년SF
정재은(SF동화작가)
20년 전에 나는 뭐 했지? 우리에겐 무슨 일이 있었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어렸거나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고? 그러면 그때가 어땠을지 상상해 보자. 20년 전, ‘2005년’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2005년에는 “Oh~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로 시작하는 노래가 유행했고, 청계천이 복원되었고, 황우석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대전 꿈돌이랜드에서 꿈돌이가 로봇의 모습으로 ‘귀환’했다고도 한다.
그때도 SF가 있었다. 누군가는 2005년에 SF를 쓰기 시작했고,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SF가 출간되고 판매되고 구입되었으며, 그 SF 중에서 지금도 읽히는 작품도 있다.
'그때 그 에스에프'라는 이름으로 SF+α 아카이브 활동을 시작한다. 매해 20년 전과 10년 전에 어떤 어린이청소년SF가 출간되었는지 아카이빙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기록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달에는 20년 전인 2005년을 살펴보고, 다음 달에는 10년 전, 2015년을 다룰 것이다.
2005년의 SF 이모저모
★ 2005년은 SF 작가 쥘 베른이 타계한지 100년 되는 해이다. 『지구에서 달까지』, 『인도 왕비의 유산』, 『달나라 탐험』 (이상 열림원), 『해저 2만리』(옹기장이) 등 쥘 베른의 책이 다수 출간된 것은 그 영향으로 보인다.
★ 2005년의 영화를 살펴 보자. 2005년 미국에서는 흥행 1~3위를 각각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이 차지했다. 그 뒤를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차지했다고 하니, SF와 판타지의 영향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한국 영화 흥행 1위는 <웰컴 투 동막골>이었다. 그 해에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은 세 군데 이상의 출판사(황금가지, 베가북스, 집사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 SF 번역서가 꾸준히 나왔다. 코니 윌리스, 로저 젤라즈니, 어슐러 K. 르 귄, 해리 터틀도브, 아서 C. 클라크 등의 다양한 작품들이 번역되었다. 황금가지와 행복한책읽기의 왕성한 출간이 눈에 띈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를 널리 알린 것으로 유명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황금가지)가 다시 출간된 해도 2005년이다. 참고로 2005년은 ‘싸이월드’의 전성시대이기도 했다.
★ 동아일보와 과학문화재단이 주관한 두 번째 ‘과학기술 창작문예’가 있었다. 2005년 수상자 중에는 김창규(중편소설 부문), 배명훈(단편소설 부문), 정재은(아동문학 부문) 등이 있다. 수상작이 실린 『2005 과학기술 창작문예 수상작품집』이 이듬해 1월에 출간되었다.
★ 『2005 과학기술 창작문예 수상작품집』에는 김이구의 평론인 「과학소설에는 플러스 α가 있다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에 부쳐」가 실려있다. 이 글 제목의 ‘플러스알파’는 ‘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 플러스알파’의 이름에 쓰였다.
★ 2005년 8월에는 월간 <어린이와 문학>이 창간했다. <어린이와 문학>은 2024년까지 월간 또는 계간으로 출간되었는데, 전반적인 어린이청소년 문학은 물론, 이후 어린이청소년SF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 내용은 2015년 편에 나올 예정이다!)
2005년의 어린이청소년SF
다음은 2005년에 출간된 국내 어린이SF와 번역 출간된 어린이청소년SF의 목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