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 토요일,
문화예술팀 ‘중구난방’에서 기획한 <전쟁과 난민_경계 위의 사람들> 포럼에 어린이청소년SF 파트를 맡아 발표하고 왔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발표를 요약해 전해드리고, 토론 중 못다 한 말들을 간단히 써볼까 합니다.
1. 발표 요약 !
전쟁과 식민주의 상상력은 초기 SF 장르의 확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전쟁을 다룬 SF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고 상대를 혐오스럽거나 ‘야만’적인 대상으로 묘사하며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요. 반면 어떤 SF 작품들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침략 전쟁을 서사적으로 비판하거나 아군과 적군의 엄격한 경계 자체를 의심하게 하는 서사로 식민주의의 문법에 저항하곤 합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나와 너, 주체와 객체, 인간과 비인간,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하는 이분법적인 틀을 비판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최근 전쟁을 다룬 어린이청소년 SF의 서사적인 변화와 그 의미들을 논의했습니다.
전통적인 인간 관념을 강화하기 위해 인간과 외계인 또는 인간과 로봇의 전쟁을 ‘인간’의 승리로 환원하는 서사에는 경계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반면 『인간만 골라골라 풀』(최영희,주니어김영사,2017)과 『수박침공』(김태호,EBS BOOKS,2023) 같은 작품들은 인간이 구축한 문명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고, 인류가 아닌 지구를 구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변형합니다. 이제 인류를 지키는 어린이 영웅 대신 염소나 식물과 같은 비인간과 함께 지구를 지키는 어린이가 형상화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에게 수탈되곤 했던 비인간들의 행위성이 드러나며, 인간과 비인간의 네트워크를 회복하는 방법이 중요하게 그려집니다.
비인간 주인공의 SF는 행위자를 인간에 국한하는 인간 중심적인 관념에 본격적으로 균열을 내곤 합니다.
발표에서는 비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은 전쟁 이야기들을 주목해 『뒤바뀐 로봇』(미야세 세르트바루트,머핀북,2025)과 김보영의 <느림보 두루와 중요한 임무> (『벙커K』,2024 겨울, 38-46쪽) 속 로봇이 인간의 전쟁에 참여하는 데 망설이고 저항하는 지점들을 살폈습니다. 또 『쥐들 G들』(강담마,밝은 미래, 2025)과 『로봇 벌 알파』(이귤희,그린애플,2022)를 분석하며 비인간과 비인간이 마주치는 순간에 나타나는 존재,인식,윤리적인 의미들을 논의했습니다.
이 비인간(로봇)들은 인간이 폭력적인 의도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존재와 만나 친분을 쌓고 서로 돕습니다. 쥐, 꿀벌, 로봇 등 비인간의 행위성을 드러냄으로써 이 작품들은 다른 이를 착취하고 지배하려는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고 비인간의 행동을 긍정하며 식민주의적인 전쟁 서사에 저항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쟁 이후, 어린이청소년과 난민이 다른 존재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방식을 『다락방 외계인』(이귤희,해와나무,2021)과 듀나의 <자코메티>(『녹아내리기 일보 직전』,문학동네, 2024)를 비교하며 읽었습니다. 『다락방 외계인』은 노아와 치르 등 외계 종족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되 차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작은 다락방을 우주적인 공간에 연결합니다. 이와 다르게 <자코메티>의 민정과 찬미는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우주의 아주 낯선 존재들과 교감하고 연결됨으로써 인간 바깥의 새로운 삶과 가능성들을 과감하게 선택합니다. 이 작품들로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서사화하는 여러 방식과 그 매력들을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