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주 사이
- SF 그림책 속 우주복 이야기
정재은(SF동화작가)
SF 그림책을 보았다. 미국도서관협회(ALA) 산하 ‘Core’에서 발표한 2023 주목할 만한 어린이청소년SF 목록 중 그림책과 그래픽노블을 구해서 작년 말과 금년 초에 출간된 우리 SF 그림책 두 권과 함께 봤다.
※ Core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어린이청소년SF 목록은 플러스알파레터 4호에서 소개한 바 있다. https://sfnotables.org/2023-lis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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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그림책 목록 여섯 권 중 다섯 권의 표지를 보자. 그림책이라 표지만 봐도 주인공과 배경을 알 수 있다. 표지 모델로 고양이, 강아지, 어린이, 토끼, 외계인, 로버(화성 탐사차) 등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다양하지만 특별한 공통점이 보인다. 그들이 모두 우주에 있다는 점이다. 『Captain Cat Goes to Mars』와 『Rover and Speck: This Planet Rocks!』 는 화성, 『Oscar Goes to the Moon』은 달, 『Stella, Star Explorer』는 태양계 행성들을, 『You’re Out of This World』 는 불특정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Captain Cat Goes to Mars』와 『Stella, Star Explorer』의 등장인물들이 우주복을 입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별다른 기능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우주 헬멧도 썼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우주 공간에서 우주복은 매우 중요하다. 우주복은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호흡이 가능하게 하며, 기압과 온도를 조절하는 한편 우주 공간의 각종 입자와 방사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준다. 우주 헬멧 안에서 말해봤자 소리가 전달될 리가 없으니 우주복 안에는 통신 장비도 필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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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우주 공간에서 밖으로 나갈 때는 우주선에 연결된 안전줄이 중요하다. 『로켓아이』에서 주인공이 우주 유영을 할 때나 『Stella, Star Explorer』에서 스텔라와 강아지 루나가 외계생명체들과 만날 때에도 우주복에 연결된 줄을 볼 수 있다. 그림 속 외계생명체들이 우주 헬멧을 쓰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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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 그림의 등장인물들은 각각 우주 공간, 화성, 달에 있으면서도 우주복을 입지 않았다. 『You’re Out of This World』 의 엄마(또는 아빠) 외계인은 뚜껑이 열린 비행접시에 탑승 중이고 아이 외계인은 작은 천체를 썰매처럼 탄다. 그들은 우주 공간의 기압차, 온도차, 우주 방사선 등과 상관없는 강력한 신체를 지녔음이 분명하다. 『Rover and Speck: This Planet Rocks!』 의 로버와 스펙은 탐사용으로 특별 제작된 화성 탐사차이므로 우주복이 따로 필요없다.
『Oscar Goes to the Moon』의 토끼들은? 우주복을 입지 않고 달에 있다. 도대체 왜 달의 토끼들은 우주복 없이 멀쩡하단 말인가? 그런 의문을 지닌 채 『나의 달을 지켜 줘』를 펼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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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을 지켜 줘』의 주인공은 몸에 비해 매우 커다란 토끼 모양 머리를 지닌 외계인이다. 우주복을 입지 않은 외계인인 줄 알고 조마조마했으나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다. 더듬이 달린 외계인이 우주 헬멧을 제대로 착용하면 커다란 토끼 머리의 모습이 되는 거였다! 우주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사랑스러운 외계인이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욱 사랑스럽지만 스포일러가 되니 여기서 멈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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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우주
바다 밑에서, 소라게가 엄마에게 묻는다. “우주(space)에 가본 적 있어요? 거긴 어때요?” 엄마가 답한다. “주위에 물이 없는 곳을 상상해 봐. 그래서 ‘space’라고 하는 거야. 그곳엔 온갖 종류의 놀라운 동식물이 가득해.” 그래픽노블 『The Aquanaut』에 나오는 장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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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quanaut』의 ‘아쿠아넛’은 움직이는 오래된 잠수복이다. 딱 봐도 심해 잠수복은 마치 우주복처럼 생겼으니 우주복 입은 우주비행사를 ‘애스트로넛(astronaut)’이라 부르듯 잠수복 입은 자에게는 ‘아쿠아넛’이라는 이름이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어느 날 소피아를 찾아온 이 ‘아쿠아넛’ 안에는 사람이 아니라 해양 생물체들이 있었다. 그들이 아쿠아넛을 조종하여 사람처럼 움직였던 것이다.
바다 속에서 소라게가 땅 위 세계를 우주처럼 상상했듯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는 바다가 또 하나의 우주다. 그리고 그 우주에 가려면 우주복이 필요하다. 어쨌든 우주복을 잘 만들어 두고 볼 일이다. 『The Aquanaut』에서처럼 사람 아닌 다른 개체들이 잘 써먹을지도 모르니까.
사실상 나와 우주 사이에는 언제나 우주복이 필요하다. 지구와 외계 사이에 ‘대기’라는 우주복이 있어서 그 사실을 자꾸 잊을 뿐이다. 지구상에서도 우리는 앞으로 새로운 우주를 계속 만날지도 모른다. 가상현실, 인공지능, 또는 문학이라는 우주, ‘너’라는 우주…… 등. 그 모두를 우주복 없이 마주치며 위험하고 두렵다고만 할 것인가?
영어의 ‘스페이스(space)’, ‘유니버스(universe)’, ‘코스모스(cosmos)’ 모두 우리 말 ‘우주’로 번역된다. 그래서 우리의 우주는 다양하다. 우주는 춥고 어둡고 텅 비었으며, 우주는 멀고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우주는 크고 깊고 심오하다. 우리는 어떤 우주를 꿈꾸고 그리는가? 앞으로 어떤 우주를 만날 것인가? 알맞은 우주복을 입고 우주로 뛰어들어 보자.
(SF 그림책 보면서 별 생각 다 한다. 그래서 멋지다, SF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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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언급된 SF 그림책
- 『You’re Out of This World』 Bay Clarkson 글, Katie Cottle 그림 │Hazy Dell Press 2022
- 『Rover and Speck: This Planet Rocks!』 Jonathan Roth 글·그림 │Kids Can Press 2022
- 『Oscar Goes to the Moon』 Helen Tanner 글·그림│Ninewise Publishing 2022
- 『Stella, Star Explorer』 Kelly Leigh Miller 글·그림│Simon & Schuster Books for Young Readers 2022
- 『Captain Cat Goes to Mars』 Emma J. Virjan 글·그림 │Simon Spotlight 2022
- 『The Aquanaut』 Dan Santat 글·그림 │Graphix 2022
- 『로켓아이』 김민우 글·그림│노란돼지 2023
- 『나의 달을 지켜 줘』 정진호 글·그림 │길벗어린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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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과 3월, 눈에 띄었던 어린이청소년SF
플러스알파 레터 구독자 여러분, 새봄이 왔습니다. 방방곡곡에 매화, 진달래, 산수유가 피어났습니다. 어디서든 봄빛과 봄꽃을 마주하며 기쁘고 설레는 발걸음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매달 신나게 어린이청소년SF를 읽고 열띤 대화를 나누어왔습니다. 2월과 3월에는 2022년 9월부터 12월에 출간된 책 중 다 같이 읽고 논의해보고 싶은 작품을 골라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작품뿐 아니라 그 마음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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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날도 아니어서」(길상효)는 『2100년 12월 31일』(우리학교)에 수록된 청소년 SF입니다. 소설 속 지구는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고, 비공 필터를 코에 끼워야 외출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또 50년 전 영아 살해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치자 죽음을 피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40대가 되면서 원인 모를 병으로 죽어가는 세상이기도 하죠. 그로 인해 엄마를 잃은 주인공 솔이는 엄마의 낡은 가방에 집착하고, 같은 이유로 아빠를 잃은 솔의 친구 루이는 '마켓2050'에서 솔에게 가방을 선물합니다. 쓰지도 못할 물건을 계속 만들어 결국 지구를 망쳐버린 과거의 사람들을 원망하던 솔은 루이에게 받은 가방 속에서 50년간 보관되어 있던 편지를 발견, 마켓2050 설립과 관련한 비밀을 알고 이를 추적하게 되는데요. 추적의 끝에서 솔이는 어떤 진실과 만나게 될까요?
「미확인 지뢰구역」(김정혜진)도 『2100년 12월 31일』(우리학교)에 수록된 청소년 SF입니다. 2100년 12월 31일, 임무 중 파손된 로봇 '메이 37013'은 안드로이드 팩토리로 옮겨져 분해되기 전, 감독관 지영과 마지막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지영은 대화 중 메이로부터 DMZ 근처에 미확인 지뢰 구역의 기계 오작동과 관련된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메이는 인근 야생동물보호센터의 수의사인 소희가 동물 구조를 위해 미확인 지뢰구역에 출입하는 것을 막던 중 멸종한 줄 알았던 토종 붉은 여우와 접촉하면서 인공 뇌에 알 수 없는 파동을 느끼고, 소희는 여우의 도움으로 미확인 지뢰 구역의 비밀을 풀게 되는데요. 이 비밀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402호에 이사왔대」(문이소)는 『극복하고 싶지 않아』(마음이음)에 실린 청소년 SF입니다. 주인공 율희는 위층 402호에서 들려오는 반복적인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 결국 항의하러 올라가서 ‘미확인 지적생명체 신체기능 탐구’ 체험학습을 위해 지구에 왔다는 외계 생명체를 만납니다. 율희는 (외)계인이의 체험학습 도우미가 되기로 하는데, 계인이가 제시한 알바비와 금덩이가 탐났기 때문입니다. 시급 3만원이라는 꿀알바를 위해 계인이와 함께 홍대에 나간 율희가 만나는 세상은 과연 어떤 곳일까요?
『오로라 2-241』(한수영, 바람의아이들)은 장편 청소년SF입니다. 태양이 비추지 않고,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으면 지구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이 책에선 날씨를 조작하여 판매하는 회사를 상상해냅니다. 2090년 지구는 토르사가 세운 행성인 '토르월드'에 종속되어 날씨와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지구 나들이를 계획했던 토르월드의 버드는 그만 예기치 못했던 과거, 2023년의 지구인 단비네 사과 농장에 떨어지고 맙니다. 버드가 단비네 사과 농장에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버드는 과연 2090년의 토르월드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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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비평 세미나 – 시즌 4
‘SF 비평 세미나’는 한국 대중서사의 현황을 분석하고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연구 노력을 기울여온 대중서사학회가 에코테크네 인문학 연구를 주도하는 이화인문과학원, 초학제적 포스트휴먼 연구를 선도하는 한국포스트휴먼연구회와 공동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SF 연구 모임입니다. SF의 시대에 SF의 장르 이론 및 비평 담론, 글로벌/한국 SF 텍스트, SF와 대중문화, SF와 사회문화-과학기술을 두루 깊이 공부하기 위한 세미나입니다.
■ 기 획 : 대중서사학회, 이화인문과학원, 한국포스트휴먼연구회 ■ 텍스트 : 스티븐 샤비로, 안호성 역, 『탈인지』, 갈무리 ■ 시 간 : 매월 2주차 토요일 오전 11시 ■ 장 소 : 줌 온라인 미팅 (인증(로그인)된 사용자만 참여 가능. 사전에 줌 회원 (무료) 가입 필요.) 줌 회의 ID: 523 795 7825 https://us02web.zoom.us/j/5237957825
§ 세미나 일정 및 발제자 1회. 3월 11일(토) 서문, 1장 : 이지용 / 2장 : 김사영 2회. 4월 8일(토) 3장 : 연남경 / 4장 : 최미진 / 5장 : 류수연 3회. 5월 13일(토) 6장 : 김성연 / 7장 : 전지니 4회. 6월 10일(토)
작가와의 대화(예정)
* 문의 : 노대원 (email : novel at jeju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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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SF 연극제(2023. 4. 5 ~ 5.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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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여덟 번째 'SF 연극제'가 열립니다. 기간은 2023년 4월 5일부터 5월 14일까지이며, 모두 여섯 편의 SF 연극이 상연되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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