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 본문 중 동화 『사진 속 그 애』, 청소년소설 『안나의 목소리』, 『데이지』의 줄거리와 결말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지리산 푸른곰팡이(이하 지리산 푸곰) 인간6 님이 학생들에게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관련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때가 언제였죠?
😎인간6 8월 25일 8시쯤에,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엄청 놀라서 카톡으로 이 소식을 알려줬었어요.
⛰️지리산 푸곰 그럼 그때로부터 한 달이 지났군요. 지금 학생들 반응은 어때요?
😎인간6 지금은 사건이 뚜렷하게 해결이 안 돼서 여전히 화가 나 있는 친구도 있고, 사회가 아무렇지 않으니 덤덤하게 지나갈 일인가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연락 왔던 날에는 아이들이 엄청 놀라고 화내며 무서워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납니다. 모두들 인스타 사진도 다 내리면서 걱정했으니까요.
🚪반지하 2호 그러게요.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생각보다 이슈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참담한 마음이에요.
😼402호 N번방 때도 그랬지만, 이런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얄팍한 시각이 문제를 키우는 거 같아요.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덮으려고만 하니까요.
🌻옥탑방 26호 이렇게 무시무시한 일이 이슈가 안 되는 우리 사회가 이상해요.
😎인간6 맞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일이라고 했는데, 그 이후로 중요하게 다뤄지질 않네요.
⛰️지리산 푸곰 저도 그 소식 듣고 중학교 1학년 아이들 만났을 때, 계정이 털렸니 안 털렸니 서로 걱정하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이 사건에 대해 별로 언급을 안 하는 모양이에요.
😎인간6 간단히 언급하고 넘기거나, 하더라도 표면적인 얘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여자애들끼리는 얘기해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이 이런 얘기를 공식적으로 나누는 것도 꺼려지는 분위기인 것 같고요. 교실 안에서는 이 사건도 자연히 ‘범죄에 단호히 대처’ 정도의 표면적인 이야기밖에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402호 실제 교실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이야기하는 게 절실한데 그 통로가 거의 막혀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게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왜 해서는 안 되는 일인지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요.
🚪반지하 2호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56713.html 저는 이 기사에 언급된 '가해자들의 변명'이 현재 사회적 분위기인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402호 “디지털 성범죄가 ‘성차별적 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라고 가르치는 게 꼭 필요하다” 위의 기사에서 이 문장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 푸곰 이 기사에서 '지인 능욕'이란 말이 가슴에 박혀요. 성적이든 아니든 지인을 능욕하고 싶은 마음을 놀이화하고 공유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에요.
😼402호 학교에서 언급하지 않는 건 아마도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일 확률이 커요. 좀 다른 의견, 특히 성이나 페미니즘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 그걸 문제삼는 부모들도 있으니 말하기 조심스러울 수도 있구요.
작품 속 디지털 범죄
🌻옥탑방 26호 청소년소설 『안나의 목소리』에 나오는 학폭위 사무실에 있던 남자가 생각납니다.
🚪반지하 2호 『안나의 목소리』는 2020년에 나온 『너, 그 사진 봤어?』의 개정판인데요.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청소년 '안나'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옥탑방 26호 님은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옥탑방 26호 “그 남자는 랄쉬와 내가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유도했다. 우리가 다시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말이다.”(150쪽) 대체로 어른들이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게 문제인 듯합니다.
😼402호 저는 그래서 동화 『사진 속 그 애』가 다소 아쉬웠습니다. '현실 반영'이라는 말로는 넘어갈 수 없는 지점이 보여서요. 피해자가 자기 힘으로 가해자를 찾고,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구조를 그대로 재현해서 『안나의 목소리』하고 비교가 됐어요.
🚪반지하 2호 네, 『사진 속 그 애』는 저도 2020년에 출간되었을 때 읽었던 작품인데요. 402호 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같은 시기에 출간된 『안나의 목소리』(당시에는 『너, 그 사진 봤어?』)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다만 그런 소재를 우리 동화에서 만나기 워낙 힘들었던 터라 반가운 작품이긴 했습니다.
😼402호 『사진 속 그 애』가 처음으로 이런 문제를 정면에서 다뤘다는 의의는 있지만, 인물의 형상화나 사건 전개방식이 기존 관념에서 나아가지 못해서 딥페이크나 다른 성착취와 관련, 문제의 근본을 생각하기 어렵게 되어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이게 단순히 생각없는 나쁜 남성 가해자의 문제가 아닌데 그렇게 그려졌다는 것도 그렇고요. "남자애들은 원래 그래"라는 사고 방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반지하 2호 네, 동의해요. 동화에서 그런 방식으로 악역을 위한 악역을 만드는 건 동의하기 힘들었어요. 그 이후로 다른 작품도 많이 출간되었을 텐데 챙겨읽지 못해 아쉽네요. 혹시 국내외 어린이청소년SF에서 이런 소재를 다룬 작품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캠핑 우주선 웹툰에서는 채팅이나 SNS에서 비롯되는 사건들을 다룬 작품들이 있는데, 제가 다 보지는 못해서 언급하기 쉽진 않네요.
⛰️지리산 푸곰 영화에서는 딥페이크 기술 소재가 많이 쓰이지 않나요? 국내 드라마 김순옥 작가의 <7인의 탈출>도 딥페이크 범죄가 주요 사건이었습니다.
🛸캠핑 우주선 청소년 범죄 등을 다루는 어린이청소년문학 작품들이 필요하긴 한데, 성찰 없이 기획되어서는 안 되겠죠.
⛰️지리산 푸곰 그러게요. 요즘 이슈가 되는 문제를 자극적 소재로만 사용하는 작품들이 많아져서 정말 우려스럽습니다.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
⛰️지리산 푸곰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안일한 태도에 대해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데요,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옥탑방 26호 피해자가 증거를 모아야만 하는 시스템이 답답해요. 말 그대로 피해를 입었는데 그것까지 하라니.
😎인간6 네, 학생들의 피해를 우리가 잘 모른다라는 상황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사건이 축소된 방향으로 언급되니까요.
🚪반지하 2호 기술의 발전 속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옥탑방 26호 맞아요. 법도 그렇고 기술에 대한 우리의 자세도 모자라고요.
😎인간6 우선은 실질적인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의 고통이 가장 큰 문제겠고요. 여기에는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당사자가 아닌 아이들도 실은 이 사건의 간접적 피해자라는 점에서 모두 당사자인 것 같아요. 그때 놀라고 상처받고 위협당하는 기분이요. 인스타 계정에 사진 올리는 걸 조심하게 만드는 정도로 드러나지만 실은 그 감정 자체가 큰 문제예요. 사회적으로 제대로 다뤄지고 정당하게 해결되지도 않았으니 마음에 더 크게 남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 어렵겠다는 두려움도 해소가 안 될 것 같고요.
🚪반지하 2호 저도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됩니다. 법적 처벌은 당연하고 실제 피해자들, 잠재적 피해에 불안해하는 어린이청소년의 마음을 진지하게 보듬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습니다.
⛰️지리산 푸곰 아이들이 인터넷 계정에 사진만 안 올리면 돼, 이런 식으로 생각하며 표현의 자유를 잃어가는 점이 너무 안타까워요.
😎인간6 그리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도 경찰에서 굉장히 느리게 하고, 사건의 원인이나 진행 경과도 언론이나 경찰에서 다뤄서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SNS에서 스스로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파악하면서 피해 과정을 찾는 것도 마음 아팠어요. 결국 피해자가 누구인지 한참 느리게 알려져서 그동안 계속 두려워했고요.
🛸캠핑 우주선 얼마 전 기사에 따르면 올해 붙잡은 딥페이크 피의자중 84%가 10대 청소년이었다고 하죠. 30대 이상은 3.4%밖에 되지 않았어요. 즉,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 청소년인 상황인 거죠. 딥페이크라는 신기술(?)이 뭔지, 어떻게 뭘 하는지에 대해서 어른들은 잘 모르고 있고 따라서 대처도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에서 나온 황당한 질문은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례였다고 봐요.
😼402호 최근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진짜 나와의 갭(차이)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왔다고 하죠. 정말 황당하고 기막힙니다. .우리 사회의 성인지 수준이 어떤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해요.
참고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9822.html
🛸캠핑 우주선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청소년이라는 점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걸 누가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지리산 푸곰 딥페이크 기술은 누구나 너무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 같아요.
😎인간6 기술 차원의 이야기를 이어보면, 딥페이크 기술이 쉽게 접할 수 있어도 우리 사회에서 그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했다면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을 텐데, 그런 사회적인 행동이 없는 것 같아요. 정치인들 발언도 그렇고요.
⛰️지리산 푸곰 그러니까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기술이므로 강제적으로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고요,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문제의식을 광범위하게 계속 나누면 좋겠어요.
🚪반지하 2호 저는 이 기사를 인상적으로 봤어요. https://www.ildaro.com/10003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성교육은 2015년 커리큘럼에 머물러 있다고 하네요.
🛸캠핑 우주선 혹시라도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거나, 보거나, 소지한 청소년의 경우에도 (처벌 받아야 하면 받고)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하고 교육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잡혀가지만 않으면 잘못이 아닌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만연하는 범죄와 거짓 정보 사이에서, 진짜 발언을 하고, 그걸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추도록 노력해야겠죠.
⛰️지리산 푸곰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교육적, 윤리적, 법적으로 계속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목소리
🌻옥탑방 26호 딥페이크 관련된 건 아니지만 인터넷 성범죄를 다룬 운문 소설 『데이지』가 생각납니다.
🛸캠핑 우주선 데이지는 자신이 데이지 꽃처럼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용감하고 우쭐거리고 우월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요, 인터넷에서 자신을 우월하게 해주는 느낌을 주는 사람과 연애한다고 믿고, 오프라인으로 데이트하러 갔다가 실종됩니다.
⛰️지리산 푸곰 어머나 😰
🛸캠핑 우주선 친구 이머가 자책하고, 두렵지만 사건을 외면하지 않고 데이지를 찾으려 노력한 끝에 결국엔 데이지의 시체가 발견돼요.
🚪반지하 2호 너무 많은 여자들이 지금도 죽고 있죠....
🛸캠핑 우주선 마지막 부분에서, 디어드라 아주머니가 이머에게 "세상은 어린 소녀들에겐 너무 위험하다, 데이지의 죽음에서 교훈을 얻어라, 핸드폰 컴퓨터 인터넷을 멀리하라"고 합니다.
⛰️지리산 푸곰 저는 예전부터 여자 혼자 여행하기 위험한 세상이 답답하고 불평등하다고 여겼는데, 인터넷 세상도 그렇다는 사실에 새삼 경악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머처럼 용감한 여성들이, 위험한 세상을 여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세상으로 쟁취해왔죠.^^
🚪반지하 2호 조금은 연관되려나 싶은데 2021년에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디지털 환경에서도 어린이의 권리는 똑같이 중요하다는 발표를 했었어요. 정작 현실에서도 디지털에서도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지만요. 참고 : https://dadoc.tistory.com/2939
😎인간6 그러게요. 디지털 문제는 심각한 게 아니라는 생각, 어린이들의 피해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 둘 다 반영된 사건이에요. 어린이들의 피해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 또는 어린이들의 피해를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것 정도가 될까요.
😼402호 둘 다인 거 같아요. 잘 들여다보지 않고, 그러니까 모르고, 그래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옥탑방 26호 다른 의미로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 인 듯요.
🚪반지하 2호 여성 어린이청소년은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이니까요. 교차성의 측면에서도 가장 소외된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캠핑 우주선 그렇지만 용감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지』마지막 부분에서, 이머가 친구 잃은 고통을 '나의 일부'로 끌어안고, 데이지는 멈추지 않고 피어날 거라고 하는 게 저는 너무나 슬펐어요. 청소년들, 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멀쩡하지 않겠죠. 끝 부분에 나오는 이머의 ‘선언’ 일부를 공유합니다:
디아드라 아주머니한테
반박할 말이 떠올라.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말.
라푼젤처럼
어린 소녀들을
안전한 탑 안에
가두는 건
사는 게 아니라는
말.
[중략]
우리가 숨으면
안 된다는 말.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
[중략]
그 대신
우린 이 세상을 걸어 다닐 거야.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경계하면서.
[후략]
🛸캠핑 우주선 범죄 형태가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도 어른도 잘 모르는 게 많으니, 다같이 잘 배우고 성찰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이 문제에서는 '내가 다 해봤는데, 겪어봤는데'가 안 통할 테니까요.
⛰️지리산 푸곰 그래서 다르게 생각하고 말해주는 어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402호 그런데 그런 어른들이 없다는 게 지금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리산 푸곰 우리부터, 이 레터 구독자들부터 그런 어른이 되어야죠. 오늘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문제제기를 한 정도로 만족하고, 다음에 좀 더 구체적인 주제를 잡아서 논의하면 어떨까요?
🚪반지하 2호 우리가 읽어온 작품들, 최근 우리 어린이청소년SF는 AI나 로봇을 부정적으로만 그리는 작품(2000년대에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불안을 내재한 작품들이 많지 않았나요?)에서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우리도 그런 작품을 긍정적으로 읽어 왔는데 현실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작품 한두 편으로 세상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고민이 됩니다.
😎인간6 네. 다음에는 관련된 SF 작품에 대해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언급된 기사와 책
- 『안나의 목소리』 시그리드 아그네테 한센 글, 황덕령 옮김 | 찰리북 2024
[『너, 그 사진 봤어?』 (찰리북 2020)의 개정판]
- 『사진 속 그 애』 전여울 글, 박진아 그림 | 살림어린이 2020
- 『데이지』 마이라 제프 글, 송섬별 옮김 | 양철북 2022
정리 : 정재은
'보글보글 단톡방' 타이틀 그림 : 마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