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알파 레터 30호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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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툰 🖍️박용숙
스페인 여행중인 박용숙 작가가 그곳 정전 사태로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는 와중에 보내온 반가운 알파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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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로봇들
정재은(SF동화작가)
영원한 건 절대 없다. 내 맘과 달리 날씨는 참 더럽게도 좋고, 결국에 모든 건 변한다.(지드래곤의 노래 <삐딱하게> 가사 변형.) 세상도, 사람도.
로봇도 그렇다. 로봇들도 정해진 프로그램대로만 살지 않는다. 원래 목적과 다르게 작동하는 로봇은 불량품 아니냐고? 이야기 속에서는 그런 로봇들이 주인공이 되기 마련이다. 시키는 일만 영원히 계속하는 로봇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앗! 그러고 보니 그 로봇들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진다. 그건 다음 기회에!)
미국도서관협회 산하 부서 CORE가 선정한 2025 주목할 만한 SF 목록 중 영유아 대상 그림책 부문의 로봇 그림책과 2025년에 국내에서 출간된 외국창작 동화책 중 로봇이 주인공인 책들을 훑어 보았다. 그림책 두 권은 영어 제목의 원서로 봤고 외국창작 동화책 세 권은 번역본이다. CORE 목록에서 그림책을 고른 이유는 못 읽을까봐서였는데, 『ARTificial Intelligence』는 배송되는 도중에 번역본이 출간되었고 『The Last Zookeeper』는 글 없이 그림만 있는 책(이 책의 지은이인 에런 베커는 주로 글 없는 그림책을 그린다.)이라 내용 파악에 어려움이 진짜로 없었다. (TMI: 그림책 두 권 모두 중국에서 인쇄되었다Printed in China고 인쇄되어 있었다.) 번역 책 세 권은 각각 올해 1,2,3월, 책이 정말 드물게 나오던 바로 그 시기에 출간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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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다섯 권의 책에 나오는 로봇들은 모두 정해진 대로 살지 않는다.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
『ARTificial Intelligence』의 로봇은 “작은 마이크로칩일 때부터”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즉, 원래 그랬다. 생물체로 비유하자면 그 로봇은 유전자부터 달랐다. 주어진 일을 해야하는 낮에도 꿈속으로 빠져들었고, 모두가 충전하는 한밤에는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꿈”을 꾸었다. 표지 그림에서도 알 수 있지만 영어 제목은 그 자체로 스포일러다. 로봇이 결국 그 꿈을 예술(ART)로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내 한계를 정하지 마』와 『뒤바뀐 로봇』은 튀르키예 출신 작가인 미야세 세르트바루트의 동화로 두 작품 모두 첫 부분에 그들의 출신 공장 이야기가 나온다. 『내 한계를 정하지 마』의 로봇은 원래 회색이 되었어야 하지만 공장에서 실수로 검은 색이 되는데, 공장 관리자는 어렸을 때 읽은 『리틀 블랙 물고기』(Samad Behrangi의 책)를 떠올리며 이 로봇을 ‘리틀 블랙 로봇’이라 이름 붙이고 싼 값에 팔아버린다. 『뒤바뀐 로봇』의 정원사 로봇 크리코와 병사 로봇 바르바는 로봇 공장에서 실수로 꼬리표가 뒤바뀌면서 임무도 바뀌게 된다. 즉, 공장의 실수로 로봇들의 앞날이 달라진다. 공장을 나와서도 변수는 발생한다. 일본 작가 나가츠키 아리스의 동화 『학교에서 로봇 키운 건 비밀이야!』에서는 로봇 회사의 자동차에서 로봇 '박스'가 떨어지면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The Last Zookeeper』의 로봇 ‘노아’는 동물원 동물들을 돌보는 로봇이다. 그런데 지구가 온통 물에 잠기고 인간들은 온데간데 없이 보이지 않는다. 즉, 인류가 망해서 노아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노아는 커다란 배를 만들어 동물들을 구조한다. 누가 봐도 성경 속 ‘노아의 방주’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아마도 노아가 그러한 상황까지 고려하여 만들어진 로봇은 아닐 테지만, 다행히도 노아는 등에 풍력발전기를 달고 있을 정도로 거대하고, 차분하게 배를 설계하여 만들 수 있는 섬세한 능력자다. 배는 풍랑에 휩쓸리고 노아와 동물들은 겨우겨우 황량한 섬에 도달하는 상황에서 노아는 누구를 만나게 될까? (결말을 말하자면, 무지개는 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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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ficial Intelligence』 (영어판)와
『모두 충전하는 사이에』 (한글판) 표지. |
『The Last Zookeeper』 본문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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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기
생산 과정 또는 주위 상황 때문에 뭔가 좀 달라진 로봇이라도 공장이나 일터 안에만 있어서는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없다.
『ARTificial Intelligence』의 로봇은 딴짓하다 걸려서 정비소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밖으로 나간다. 앞서 말했듯이 『학교에서 로봇 키운 건 비밀이야!』의 로봇 ‘박스’는 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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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로봇』의 정원사 로봇과 병사 로봇은 처음에 서로의 꼬리표를 제자리로 돌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고 각자 새로운 경험을 하기로 한다. 사실은 병사 로봇이 정원사 로봇을 속인 셈인데, 이미 전쟁터에서 부서져서 공장에 수리를 받으러 온 병사 로봇이 다시는 전투 현장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경험과 기억을 통해 학습하도록 로봇에게 메모리 디스크를 넣은 탓에 아홉 번의 전쟁터를 겪은 병사 로봇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이다.
『내 한계를 정하지 마』에서 호텔로 팔려가 로비 청소를 하며 ‘로비’가 된 리틀 블랙 로봇은 보다 적극적으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애쓴다. 일찍이 공장 관리자가 로봇을 향해 “'리틀 블랙 물고기'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지도 몰라.”라고 한 이후에 로비는 모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관계맺기와 성장하기
로봇 로비가 호텔 밖으로 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호텔의 다른 로봇들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로비를 비웃으며 방해했다. 그러나 로비는 지하실에서 만난 오래된 발전기 로봇 ‘제나’의 도움으로 마침내 호텔 문을 나서게 된다. 『뒤바뀐 로봇』에서 크리코와 바르바는 멀리 떨어져서도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로봇끼리의 관계가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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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계를 정하지 마』의
주인공 '로비'와 발전기 로봇 '제나' (43면) |
『뒤바뀐 로봇』의 바르바와 크리코가
서로 통신하기 위해 엄지를 맞대는 장면. (27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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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나오지 않는 『The Last Zookeeper』를 제외한 모든 책에서 주인공 로봇은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다.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로봇에게 붓을 쥐어준 건 그림 그리던 소녀였다. 『내 한계를 정하지 마』와 『뒤바뀐 로봇』의 로봇(들)은 각각 어려움에 처한 일곱 살 남자아이를 도와주고 파란 원피스를 입은 갈리나를 전쟁으로부터 구출한다. 그건 해당 로봇들의 임무와는 거리가 있는 삐딱한 행위일 테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을 자발적으로 도왔으니 로봇들의 진심이었음이 분명하다.
『학교에서 로봇 키운 건 비밀이야!』의 로봇 ‘박스’는 상자에서 깨어난 작은 아기 로봇으로, 처음엔 세 시간마다 깨어 울기를 반복하여 아이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각각 성격이 다른 자이젠, 테츠, 포요는 로봇의 입 모양을 따서 ‘무(ム)’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몰래 로봇을 돌보며 함께 성장한다. ‘무’가 아기처럼 말을 배울 뿐 아니라 크기도 실제로 커진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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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로봇』에서 바르바와 산자크와 갈리나 (78면) |
『학교에서 로봇 키운 건 비밀이야!』의 세 아이(자이젠, 테츠, 포요)와 로봇 '무' (80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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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동물의 관계는 어떨까? 『The Last Zookeeper』의 노아는 원래 동물을 돌보는 로봇이었으니 동물들을 구했다 치더라도 『뒤바뀐 로봇』에서 바르바가 끝까지 애꾸눈 강아지 산자크를 챙기거나 『내 한계를 정하지 마』에서 로비가 거북이의 도움을 받는 등, 동물과의 관계에도 눈길이 갔다. (그러나 로봇과 동물 이야기 역시 다음 기회로!)
로봇의 진심
영원한 건 절대 없어 / 결국에 넌 변했지 /이유도 없어 진심이 없어
(지드래곤의 노래 <삐딱하게> 첫 부분)
어렸을 때, 생명체가 아닌 것들은 모두 고정되어 있거나 변한다면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계는 물론이고 사회 제도와 법칙 등등과 같은 것들은 견고한 원칙에 의해서만 작동한다고 여겼다. 무엇이든 이유 없이 변하면 불안하다 못해 분노가 치솟기도 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역시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면 불안하다. 기계의 이상 작동에는 별다른 이유도 진심도 없을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없이 삐뚤어지고만 싶던 어느 날, 진심으로 행동하는 로봇들의 이야기들을 읽었다. 로봇에게 진심이 있을 수 있을까? 왜인지 이유는 몰라도 진심이 있다면, 삐딱해져도 좋겠다. 이유도 진심도 없는 배반이 난무하는 요즘, 책 속의 삐딱한 로봇들에게 위로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 글에서 언급한 책들:
- 『ARTificial Intelligence』 by David Biedrzycki, Charlesbridge 2024
- 『모두 충전하는 사이에』 데이비드 비에드지키 글·그림, 이지유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5
- 『The Last Zookeeper』 by Aaron Becker, Candlewick Press 2024
- 『내 한계를 정하지 마 –시스템에 반기를 든 로봇』 미야세 세르트바루트 글, 셈 키질투그 그림, 손영인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2025 (원저 출간 2023)
- 『학교에서 로봇 키운 건 비밀이야!』 나가츠키 아리스 글, 사카이 사네 그림, 모카 옮김, 개암나무 2025 (원저 출간 2024)
- 『뒤바뀐 로봇 –로봇 공장의 실수로 운명이 바뀐 두 로봇 이야기』 미야세 세르트바루트 글, 양양 그림, 김영옥 옮김, 머핀북 2025 (원저 출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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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에 읽은 책
SF플러스알파가 3월과 4월에 함께 읽은 책 가운데 눈에 띄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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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디의 「이 닦아 주는 침대」는 『햇살 나라』 (위즈덤하우스)에 실린 단편 SF동화입니다. 주인공 시우는 잘 때마다 천장의 야광 별자리들을 보며 우주인을 꿈꿉니다. 어느날 시우 가족은 이를 닦아 주는 첨단 침대를 구경하게 됩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편하고, 무엇보다 같은 아파트 다른 집에 속속 침대가 들어오는 것을 본 부모님은 점차 생각이 변합니다. 우주 시민 자격증을 담보해야 가질 수 있는 침대. 부모님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시우는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꿈은 꿈이 아닌가요? 그리고 실현 가능성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요?
하유지의 「냉동 이모 고은비」는 『미래 학교 백서』(청어람주니어)에 실린 단편 청소년 SF입니다. 어느 날, 나와 같은 나이의 이모가 냉동 상태에서 깨어나 함께 학교에 다니면 어떨까요? 15세 예나에게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예나의 이모 은비는 30년 전 심장병으로 냉동 상태에 있다가 치료제가 개발돼 깨어난 것이죠. 자기보다 어려 보이는 같은 나이의 은비를 이모로 부르기 어색하지만, 은비가 동생인 엄마의 약점을 잡아 잔소리할 때면 아주 통쾌하기도 합니다. 낯설고 괴롭기는 은비가 더하죠. 앳된 얼굴로 철 지난 소리를 하는 은비를 반 아이들도 아주 신기해합니다. 은비는 과연 30년 만에 만난동생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카 예나와 함께 잘 성장할까요? 냉동 인간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일상에서부터 상상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로봇 택시 기사 무디』(박선화, 마루비)는 후미진 산골마을의 로봇 택시 회사에 로봇 무디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책임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장은 손님 다섯 명을 아무 불평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면 무디를 택시 기사로 채용하겠다고 하지요. 무디는 도시로 돌아가는 까돌이, 병문안 가는 강아지, 마음이 넓은 노루, 조금 빠른 나무늘보 늘봉이와 그의 형 늘병이를 안전하고 불평 없이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립니다. 무디는 무사히 택시 기사가 될 수 있을까요? 승객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과 로봇 무디가 서로의 특징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따뜻한 SF 동화입니다.
『멸망에 투자하세요』(황이경, 비룡소)는 미래를 예측하는 시스템(미예테)이 지배하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루한 삶 속에서 전국의 고3 학생 중 졸업시험과 ‘미예테’를 통과한 학생들에게 일생에 단 한 번 전 국민의 투자를 받을, 인생역전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모두가 기다리던 미예테 결과 발표 날, 이례적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두 학생이 선출됩니다. 파멸자 백소망과 예언자 최선. 최선은 백소망이 세상을 파멸시킬 거라고 예언하는데, 소망은 오히려 자신에게 투자해야만 한다고 역설합니다. 과연 소망은, 그리고 세상은 멸망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요?
윤영주의 『냉동 인간 이시후』(창비)는 SF 장편 동화입니다. 희귀 질환으로 냉동 인간이 되었다가 40년 만에 깨어난 12살(?) 시후. 시후는 이제 아저씨가 되어버린 친동생 정후와 그의 딸 보라를 만나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런데 정후는 어쩐지 시후에게 쌀쌀맞기만 한데요. 여기에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미래를 현재로 살아내는 씩씩한 시후의 여정이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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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1주기 팽목항 기억 순례를 다녀와서
지난 4월 12일, SF플러스알파에서는 11주기 팽목항 기억순례를 다녀왔습니다(정재은,이퐁,심지섭,송수연). 감사하게도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에서 준비해주신 버스를 타고 편하게 다녀왔어요.
팽목항에 도착하고는 혼자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이 장소에 올 때면 늘 그렇게, 바다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곤 해요. 이번 기억 순례에서는 점심 식사와 기억식 이후 옐로우로드 걷기를 했습니다. 준비해 주신 식사가 정말 맛있었다는 말을 꼭 넣어야겠어요. 기억식에서는 이 자리를 준비하고 참여한 분들의 발언, 청람중학교 김상유 선생님의 추모 노래, 하연화 선생님의 진혼무가 있었습니다. 모두 좋았지만 특히 하연화 선생님의 몸짓에서 아픔을 끌어 안고 떠나보내기를 반복하는 어떤 마음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 마음을 풀어내는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도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이후 떠난 바람길 걷기는 조금 색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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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비바람에도 사수한 플러스알파와 어린이책작가연대 깃발 ]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비바람이 몰아쳤거든요. 바지가 다 젖어서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비바람 맞으며 걸으니 오히려 해방감도 들고 좋았습니다. 그래도 비바람 맞기 전에 사진을 먼저 찍었어야 했는데 싶긴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언젠가부터 행진할 때도 조금 마음 편히 웃고 대화하곤 합니다. 하연화 선생님의 진혼무-몸짓처럼 우리들은 기억하고 걷는 행위로, 끌어안고 보내는 행위를 반복하며 또다른 방식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거겠지요. 12주기에도 마음을 함께하는 분들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심지섭(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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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이구 선생님 묘소 방문기
봄기운이 꽤 짙은 날이었습니다. 지난 4월 26일(토), SF플러스알파를 따라 기차에 올랐어요. 달걀과 사이다는 없지만 봄나들이 같았습니다. 고인을 추모하러 가는 길인데 마음은 살랑살랑. 김이구 상무님 묘소가 있는 충남 예산에 닿으니 연둣빛 잎사귀들과 환하게 핀 사과꽃들이 더 싱숭생숭하게 했어요. 그러다 ‘보슬비 김이구’라고 적힌 검은 비석 앞에 서니 마음이 김 상무님 생전 모습처럼 차분해졌습니다. 아니, 팍 가라앉았어요. 사과꽃들이 얄궂더라고요.
저한테는 김이구 선생님이 ‘이구 이사님, 김 상무님’인 직장 상사셨습니다. 어린이문학에 다가서는 길을 보여 준 큰 선배시기도 했지요. SF플러스알파는 세 번째 방문이라는데, 저는 처음 찾아뵈었습니다.
이날 처음 오신 분이 더 있었어요. 따로 오셔서 함께 자리했는데, 오연경(문학평론가), 박종호(전 국어 교사), 정지영(국어 교사), 정인탁(국어 교사) 선생님입니다. 얼마 전 창비교육에서 나온 책 두 권을 들고 오셨어요. 창비청소년시선 50번 기념 시집 『도넛을 나누는 기분』과 청소년시 담론집 『청소년시의 현재와 미래』로, 청소년시 시리즈를 기획한 김이구 상무님의 유산이라 할 책들이지요. 네 분은 두 책 발간을 주도하거나 필자로 참여하면서 어린이청소년문학계에 남긴 김이구 상무님의 성취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묘소 앞에 술과 책을 올렸어요. 고인과 인사한 뒤 함께 둘러앉아 저마다 간직한 이야기를 꺼내며 고인을 다채롭게 추억했습니다. 귀가 얼마나 간지러우셨을까요. 서로 다른 시간과 눈빛으로 채워진 이야기들이 흘러나와 김이구 상무님 덕분에 한 줄기로 모여들며 또 다른 인연을 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사과꽃은 얄궂어도 김 상무님이 피워 낸 만남은 살가웠습니다.
✒️최도연(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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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 2025 플러스알파와 함께 읽는 어린이청소년SF - 두 번째 시간 🎉
어린이청소년SF를 사랑하는 분들과 최근작을 함께 읽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2025 플러스알파와 함께 읽는 어린이청소년SF' 두 번째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양성, 공존, 타자'를 주제로 다양하고 풍부한 대화의 장을 열어 보려 합니다. 두 권의 책을 미리 읽고 오셔서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해 주세요. 구체적인 내용과 참가 신청 방법은 다음 달 레터에 자세히 안내하겠습니다.
- 주제 : #다양성 #공존 #타자
- 읽을 책 : 『우주 학교』 (김동식, 학교도서관저널) / 『다락방 외계인』 (이귤희, 해와나무)
- 때 : 2025. 7. 1.(화) 저녁 6시 30분 ~ 8시 30분
- 곳 : 미정(추후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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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어린이책 4』 발간
『오늘의 어린이책 4 -다움북클럽이 고른 성평등 어린이·청소년책 2024-2025』가 출간되었습니다. 다움북클럽이 자기긍정, 다양성, 공존의 가치를 담아 선정한 신간 어린이·청소년책은 4호까지 모두 547종이나 된다고 해요. 이번 호의 특집은 '디지털 시민성'입니다. 목록 중에 어린이청소년SF인 『아일랜드』, 『나의 망할 소행성』, SF그래픽노블 『너와 나의 퍼즐』, 『먼지 행성』이 포함되어 있어서 반가웠어요. 앞으로는 더 많은 어린이청소년SF가 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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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청소년SF매거진 <벙커 K> 4호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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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가 서른 번째 플러스알파레터입니다.
그동안 30번의 레터를 통해 어린이청소년SF와 관련된
때론 재미나고, 때론 삐딱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때론 꼼꼼하게, 때론 건너 뛰며 읽어 주신 모든 구독자 분들께 깊이 감사합니다.
플러스알파레터는 계속됩니다. 앞으로도 쭉 함께해 주실 거죠?
-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 플러스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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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이번 플러스알파 레터 어떠셨나요?
더 좋은 다음 호를 위해 간단한 피드백을 남겨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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